당신이 사는 달 - 권대웅 달詩산문집
권대웅 지음 / 김영사on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내 가슴에 달이 들어

달하면 가장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조선시대 신윤복의 월하정인에 담긴 달이다. “눈썹달이 침침하게 내리 비치고 있는 야밤중에 등불을 비춰 든 선비 차림의 젊은이가 쓰개치마를 둘러 쓴 여인과 담모퉁이를 돌아가고 있다. 이들이 어떤 사이이며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호젓한 곳에서 남의 눈을 피하여 은밀히 만나야 하는 사람들인 것만은 틀림이 없는 듯하다.”에서 연상되는 그 풍경 속 달이다. 그림 한쪽에 달빛이 침침한 한밤중에,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이 안다.(月沈沈夜三更, 兩人心事兩人知)”라는 글귀가 선명하다. 함께 있는 달은 두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는 듯하다. 월하정인에서 보이는 달을 좀처럼 볼 수 없는 눈썹달의 모양을 담았다. 우리가 자주 보는 달의 모습에선 찾기 힘든 모양이라 그 달을 놓고 설왕설래가 많다. 그 달을 내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날마다 계절을 이어가며 달을 바라보았으나 확인하지 못했다. 우리 옛그림에 대한 지극한 애정을 가졌던 오주석의 해석에 의하면 분명 우리가 볼 수 있는 달의 모습이라고 했다. 화제에 야삼경의 모습을 담았다고 했다. 야삼경은 자정 무렵이라 그렇게 깊은 밤도 아니기 때문에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도 말이다.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는 달의 영향을 받고 산다. 그래서일까? 달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 달에 비추어 사람들의 마음을 반영한 선인들의 시, , 화를 비롯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되었다. 옛날 사람도 아니고 현재를 살아가는 시인이 사람의 곁을 지켜왔던 그 달에 자신의 마음을 담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공유한다. 그 결과물이 달산문집인 당신이 사는 달을 발간했다. 나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이미 공감하고 있었기에 저자의 달에 대한 이야기를 주목했다. 달을 그리고 그 달과 함께 글을 써 저자의 마음을 담은 달와 저자가 살아오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따스한 울림이 깊은 글이 어울려져 달에게 띄우는 연애편지 같은 느낌의 산문집이다.

 

철쭉꽃이 환하게 핀 봄밤, 저자는 머리 위에 뜬 달을 오래도록 바라보다 와락 눈물이 났다. 초승달, 반달, 보름달로 차고 기울면서 달은 이 세상 존재의 비밀들을 알려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은 인류가 살아온 이야기들을 알고 있다. 수많은 사랑과 뜨거움, 그리움과 외로움으로 얼룩진 밤들을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밤마다 온 세상에 따스한 빛을 비추며 그 모든 이야기를 보내고 있다.”

 

그리운 모든 것은 달에 있다는 저자의 고백은 달의 배경으로 꽃, 사람, 집 등으로 장식하고 있는 달그림에 그대로 담겨있다. 스물세 편과 달와 달로는 다하지 못한 저자의 마음을 글로 담았다. 따스한 느낌의 그림과 그 그림에 어울리는 시만으로도 당신이 사는 달은 이미 달의 마음을 닮았다. 저자의 그런 마음이 저자가 세상살이를 굳건하게 살아가는 힘으로 작용한 것은 아닐는지. 이는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달을 그렇게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의 원천인 것이다. 달이 차고지는 것처럼 사람들의 인생살이 또한 그 달을 닮았다.

 

하지만 달이 주는 느낌은 받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이 달산문집을 대하는 독자 역시 각자의 느낌으로 읽을 것이다. 하여 달와 산문에 실린 사진은 어딘지 모르게 부조화가 느껴진다. 저자가 외국 여행에서 담아온 사진이라고 하니 저자에겐 남다른 애정이 있을 것이지만 내용과 적절하게 어울리는 사진을 실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당신이 사는 달이라는 달산문집이 주목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달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다. 달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는 각자의 몫이지만 밤하늘을 지키며 사람들과 함께하는 달의 존재로부터 고단하고 지치기 쉬운 인생의 길에서 자신만의 달을 찾아 고독을 직시하고 위로받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마음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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