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과 조선건국사 - 고려 멸망과 조선 개국
조열태 지음 / 이북이십사(ebook24)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정도전이 없는 조선건국사

오늘도 여전히 역사드라마는 인기리에 방영된다. 비결이 무엇일까? 잘 만든 드라마여서라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왔는가라는 엿보고 싶은 욕망과 역사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한창 방영중인 정도전이라는 역사드라마를 나 역시 보고 있다. 우선은 권력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합집산 과정에서 개인들의 욕망이 어떻게 펼쳐지는지가 궁금하고 우리를 있게 한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들의 삶의 현주소를 알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그렇다고 역사드라마가 그 모든 것을 채워준다고도 말 할 수 없다. 역사드라마는 흥미위주의 드라마라는 범주에 속하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역사드라마의 부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역사의 한 장면 속으로 불러와 역사에 관심을 갖게 만들고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이 또한 역사를 보는 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조열태의 정도전과 조선건국사드라마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고려멸망과 조선 건국에 관한 얽히고설킨 흥미진진한 이야기라고 광고하고 있다. 저자는 우선 역사를 이긴자의 기록이라고 규정하며 이 책의 중심이 되는 고려의 역사 역시 조선을 건국한 이긴자들의 시각으로 써 놓은 고려사고려사절요를 바탕으로 그 시간대를 따라가며 자신의 추리를 전개하고 있다.

 

원나라와 명나라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는 고려 말을 이끌었던 왕 중에서 공민왕(1351.10~1374.9), 우왕(1374.9~1388.6), 창왕(1388.6~1389.11), 공양왕(1389.11~1392.7) 시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 이 시대를 주름잡았던 권문세가와 귀족, 신흥사대부들의 이야기를 왕들의 통치와 비교하여 분석하고 있다. 당연히 중심인물로 이성계, 정도전, 정몽주, 이인임, 최영 등이 활약하고 있다. 정사를 바탕으로 사건전개를 따라가며 원과 명나라를 중심으로 한 북방세력들의 변화와 이에 대응하는 고려의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쉼 없이 전개되는 정치일정이다 보니 따라가는 동안 벅차기도 하다.

 

이 책의 출발은 저자의 궁금증을 해결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동안 논란이 되어오던 이성계와 정도전 출신부터 공민왕과 관련된 갖가지 의혹, 위화도 회군은 계획된 것이었나? 정도전과 이성계의 만남, 이성계와 정도전, 정몽주의 삼자관계 등을 역사기록을 헤쳐가면서 다시금 지금까지의 의문을 제기하고 역사의 기록을 살펴 저자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찬반이 오가는 역사적 사건에 대해 결론을 도출하기 보다는 의견을 모아 새로운 결과물을 이끌어낼 수 있는 근거들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의 국제정세와 고려 내부 사정들을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 등으로부터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이 책의 제목이 정도전과 조선건국사이다. 조선건국사는 결국 고려가 어떤 상황에서 조선을 건국하게 되는 시초를 마련해주었는가 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면 무리 없이 이해되는 점이 많다. 하지만, 정도전의 활약상은 그리 큰 비중을 두고서 다루지 않고 있다.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조선 건국에서 정도전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기에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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