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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넘어선 멘토 아버지
박성희 지음 / 학지사 / 2014년 1월
평점 :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자
유난히 별이 빛났던 새벽 그 별 따라 가신 당신의 부재를 아직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그 빈자리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유 때문이지도 모를 일이다. 태어나 내가 아버지가 되고 다시 내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늘 그 자리를 지켜온 당신의 부재를 한 순간에 인지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렇더라도 문득 새벽에 잠깨어 고향 쪽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가신 당신의 존재를 떠 올리며 빛나는 별에 오랫동안 눈길이 머무는 시간이면 당신의 부음을 듣던 그 때를 떠올리며 당신의 부재를 생각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실감하게 되는 아버지의 부재는 살아있는 동안 계속될 것이다.
아버지, 한 때는 시대의 아이콘으로 등장하며 상실된 존재가 주목받기도 했지만 여전히 삶의 무게에 짓눌린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아버지의 부재는 살아있지 않은 사실보다는 존재하지만 그 가치를 잃어가는 것이 더 큰 상실감으로 다가온다. 존재하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에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지점일 것이다. 아버지가 가족으로부터 존재감을 확인할 수 없는 현실이 우리시대 아버지를 잃어버리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교적 가부장제도가 사회적으로 지배하던 선조들의 경우는 어떠했을까? 조선시대 확실한 발자취를 남겼던 사람들의 사례를 살펴 가족과 사회 속에서 아버지의 존재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살피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필요한 아버지 상을 찾아보는 것을 시도하고 있는 책이 ‘시대를 넘어선 멘토 아버지’다. 멘토라는 시각으로 바라본 아버지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다. 저자는 ‘역사에 훌륭한 이름을 남긴 분, 자손들을 잘 키워 내신 분, 오늘날에도 통하는 아버지상을 갖춘 분, 인용할 자료가 충분한 분’ 등을 기준으로 ‘이원수와 신사임당에서 율곡 이이’, ‘퇴계 이황’, ‘다산 정약용’, ‘백범 김구’, ‘충무공 이순신 ’, ‘황희’, ‘연암 박지원’, ‘백사 이항복 ’, ‘토정 이지함’에 이르기까지 아홉 명이다. 이들 각각의 특성을 가려내고 그들이 가족과 자식에게 어떤 존재였는지를 밝혀가고 있다. 저자는 가족 안에서의 ‘태교, 중심되기, 모범 보이기, 자기 세계의 구축, 자기감정에 솔직하기, 대화, 멘토, 삶을 즐기는 행복, 창의력’이라는 아버지로써 가져야 할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시대 필요한 아버지의 상은 무엇일까? 사회적 관계에서 내밀리고 있는 아버지들의 삶의 현장은 존재감의 상실과 외로움이 아닐까 한다. 설자리를 잃고 방황하는 아버지들이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가정이 살며 그러한 가정들의 집합체인 사회 역시 건강해질 것이다. 이 책에서 살피고 있는 역사 속 아버지들의 모습이 비록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시대의 산물일지라도 어느 사회서나 변하지 않은 것은 관계 속에서 발휘되는 역할이기에 우리시대 아버지 역시 관계 속에서 살핀다면 시대에 필요한 아버지의 상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주목하는 가족 속에서 아버지의 존재에 주목할 때 해결되지 않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