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도시 - 건축으로 목격한 대한민국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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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건축에 담긴 우리들의 자화상

무엇이든 극단으로 치우치다보면 왜곡이 일어난다. 마치 빨강색하면 공산주의와 북한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여 한 사회를 지배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것도 시간 앞에선 무기력하다. 빨강으로 표현되는 모든 것에 족쇄를 채우던 보수주의자들이 이제 그 빨강색을 자신을 대표하는 색으로 선택하는 어색한 상황을 맞이한다. 한 때는 자신과 다른 주장을 하는 세력을 편가르는 기준으로 사용했지만 이젠 그 기준을 바꾸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것은 변한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의 지배이데올로기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그럴듯하게 자신을 포장한 것이라고 보인다.

 

모든 것이 그렇게 변해간다. 한때, 우후죽순 격으로 위용을 자랑하며 생겨나던 국적불문의 건물들이 어느 순간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적받아 그 존재감을 잃기도 한다.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변하면서 지난 시대에 진리처럼 받아들여졌던 당연한 것이 한 순간 지탄의 대상이 된다. 이 당연한 진리 속에 간과하지 말아야 할 인문학적 시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문학이 사람을 중심에 두고 세상과 사회를 배치하려는 것이라면 당연하게 사람과 관련된 모든 것에 인문학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봐야 한다.

 

‘빨간 도시’의 저자 서현은 건축을 전공한 건축가로 건축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사람의 삶과 직접 관련된 것이 직업이기에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그의 전작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를 통해 독특한 시각의 건축가를 만나 건축과 인간 그리고 그 둘이 공존하는 도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연장선상에 있는 그의 다른 책이 ‘빨간 도시’다. 빨강이라고 하는 특정한 색이 주는 이미지가 왜곡되어 한 사회를 좌지우지 하던 시대의 산물이 사람들의 삶을 구속한 것처럼 여전히 사람들의 삶을 규정하고 있는 도시의 건축물이 사람들의 삶을 구속하고 있는 도시이기에 ‘빨간 도시’라고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

 

건축가 서현이 본 도시의 모습이 빨간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를 따라가 보자. 도시, 건축, 건축가를 각각 집중하며 도시에 남아 있는 전 시대의 유물을 인문학적 시각으로 살피고 있다. ‘씨족, 일제강점기, 북한, 반공, 군사/향락 문화, 경쟁, 거짓말, 과열, 월드컵’이 그 중심 키워드로 여전히 우리 시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를 규정하는 현실을 직시한다. 때론 부정하고 싶은 현실과 만나기도 하지만 간과하고 지나쳤던 우리시대의 아픔과 만난다. 그 아픔은 우리시대 사람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인정하기 민망한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할 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질문은 피곤하다. 질문은 새로운 질문을 낳고, 질문에 대응하는 나름의 답을 찾아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질문은 위험하다. 질문을 제기한 순간부터 당연해 보였던 현실이 불편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국회의사당, 잠수교, 서울광장 등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 남다르다. 깨어있는 건축가의 인문학적 시각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건축은 시대를 담는 그릇이라고 한다. 현존하는 조선시대 건축물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 그리고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남긴 이 시대의 건축물을 통해 우리 후손들 역시 이 시대와 우리들을 들여다 볼 것이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깊은 사고가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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