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날들 - 대서양 외딴섬 감옥에서 보낸 756일간의 기록
장미정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국가에게 국민은 어떤 의미일까?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의무는 당연하다. 국방의무를 필두로 세금을 비롯하여 각종 의무사항을 어기면 그에 따른 처벌을 받게 된다. 법치국가에서 지극히 당연하게 여기는 이러한 일들의 기초엔 반드시 국가가 국민의 안위를 지켜준다는 믿음이 전재해 있을 때 성립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온갖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의무는 지켜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는 국민들의 안위를 지켜야 한다는 이런 당위는 어떤가? 한국의 우방이라고 하는 미국의 다양한 문화콘텐츠는 바로 국가가 국민의 안위를 어떻게 지켜가는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을 수없이 보여준다. 특히, 영화라는 매체의 중요한 부분이 바로 미국 국민이 타국에서 어려움을 직면할 때 국가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일까? 유난스런 한국 사람들의 미국을 추종하는 모습 속엔 우리도 그런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한국의 국가 권력은 한국 국민들의 안위에는 그리 큰 관심을 가지지 않은 모습이다. 외국에서 경찰에 검거된 한국 사람에 대해 한국 대사관의 태도나 한국 정부의 반응은 몹시 불안한 모습으로 비쳐진다. 외국정부가 이해 불가능이라고 할 만큼이나 불가사의한 모습이 우리가 처한 현실임을 증명하는 이야기를 만난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모티브가 되었던 ‘잃어버린 날 들’의 주인공 장미정씨의 경우가 그것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장미정씨는 평범한 주부로 살다 아는 사람의 부탁으로 짐을 운반해 주는 과정에서 프랑스 파리 오를리 공항에서 마약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되어 투옥되고 이후 756일간 겪었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을 발간했다. ‘잃어버린 날 들’은 바로 그 기록이다.

 

자신은 알지 못하는 사이 법을 어긴 것으로 되어 경찰에 체포된 국민이 먼 외국에서 어찌하지 못하고 있다면 정부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면 정부에서 발 벗고 나서서 사건의 진위와 국민의 안위를 보호하려는 일련의 노력은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더구나 외국이라는 낯선 환경에 처한 자국민을 돕기 위해 대사관의 임무 중 하나라면 해당 국 대사관은 더욱더 필요한 조처를 취해야 하는 것이다.

 

‘잃어버린 날 들’의 주인공은 바로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마저 누리지 못하고 법정 구형량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외국의 감옥에서 살아야 했다. 자국민의 권리에 대해 한국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는 프랑스 법관조차 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죄를 지었으니그에 합당한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또한 국민의 권리가 보장된다는 믿음 속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정부에서 손 놓고 있으니 국민이 나섰다. 하여, 생필품을 보내거나 직접 통역을 맡아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운 마음을 더했다. 그러는 동안 정부와 대사관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석방되어 국내로 들어온 것조차 모른다는 것은 자국 국민에 대해 관심조차 없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다.

 

세상 끝 벼랑에서 절망 빠진 국민은 누굴 믿어야 할까? 국가 권력이 외면하는 동안 절망 끝에서 몸부림치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국가의 이름으로 정부는 국민들의 의무를 강요한다.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이 마치 원래부터 자신들 것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슬픔 보다는 분노가 앞서는 현실에서 국민은 누굴 믿어야 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