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작가 유인경
김하인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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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유용한 지순한 사랑에 대한 열망

인류의 가장 오래된 숙제로 꼽을 수 있는 것, ‘사랑’이 아닐까?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수만큼 사랑의 빛깔은 다양하며 그 내용 또한 마찬가지다. 세상이 변해서 사랑의 모습도 변했다고들 하지만 본래 모습은 그대로 머물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줄였다 넓혔다 한다. 지고지순한 사랑에서 물질적인 사랑으로 변했다고는 하지만 그 사랑의 밑바닥에서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사랑의 순수함에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람 사는 모습이 변했으니 그 사람들의 일상을 반영하는 문학 또한 그에 어울리게 변했다고 보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고전이라고 일컬어지는 수많은 문학작품의 주제가 사랑이었지만 여전히 그 사랑이 문학작품의 주제로 자리하고 있다. 단지, 언어로 그려내는 기법이나 문학적 장치가 변해왔을 뿐이라고 한다면 억지일까? 그러한 현실을 반영한 소설을 들고 나온 작가가 있다. 자신을 멜로작가라고 이야기하는 국화꽃향기의 작가 김하인이 그 사람이다. 작가는 ‘신예작가 유인경’이라는 작품을 통해 변한 세상에서 그에 따라가는 사랑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라고 한다. 국화꽃향기의 한 남자의 순수하고 지순한 사랑이 ‘신예작가 유인경’에서는 뜨겁지만 싸늘하고 도발적이지만 음험하고 씁쓸한 현실을 반영한 사랑의 이야기라고 한다.

 

한물간 밀리언셀러 작가 김기하와 작가지망생 유인경 사이에서 작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다. 유인경은 마음도 양심마저 육체와 욕망 앞에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여성으로 그려지며 멜로 작가 김기하는 여전히 순수하고 지순한 사랑에 대한 열망을 가진 사람이다. 이 두 사람 사이의 주도권을 쥔 사람이 유인경으로 욕망을 위해 육체를 무기로 사용한 대가를 김기하에거 얻어내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구석으로 몰아간다. 자신을 위해 작품을 써달라는 유인경의 요구에 거절하지만 육체라는 무기에 점령당했던 일 때문에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할 위기에 처한 김기하는 그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대필한 작품이 끝나는 시점에 찾아온 아내에 의해 이혼을 요구 당하고 끝임없이 추락한다. 반면, 대필한 작품으로 출간한 유인경은 떠오르는 작가로 주목받으며 자신의 욕망을 실현해 간다.

 

“나는 멜로작가로 삶의 주요시절을 살아왔다. 멜로는 결국 이기심을 버리고 타인을 나 이상으로 소중하게 생각하고 삶을 실천하는 행위를 그린 이야기이다.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고 살아남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다 할 수 있는 사회가 이 세상이라면 자신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얘기인 멜로는 살아남기 어렵다.”

 

김하인 작가의 말이다. 멜로가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에서 지고지순한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사랑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에 수정이 필요한 것일까? 물질로 세상을 평가하는 세상이라고 한다.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이 각박해진 이유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여전히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하는 사랑은 존재한다. 역설적으로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소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김하인 작가와 소설 속 김기하가 동일시되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김하인의 작품들이 등장하며 작가 자신의 처지가 녹아 있는 이야기 속에 우리 문단의 실상이 묘사되기도 한다.

 

“나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세상이 다시 오기를 염원한다. 나는 수채화풍의 글을 쓰는 직업을 가졌지만 삶의 진실이 세상 속에서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멜로작가는 세상과 맞설 사랑을 기다린다.”는 김하인의 속내가 작가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여전히 유용한 지순한 사랑에 대한 열망을 대신 그려가고 있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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