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이중섭 - 전2권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서

삶의 무게를 견디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 가족 또는 그 무엇. 사람마다 각기 자신을 추스르고 오늘 보다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두 눈 질근 감고 모든 것이 제 탓이라며 안으로만 삭이는 사람들 속에 혹시 나도 한자리 차지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러한 삶의 무게는 이름 없는 사람이나 누구나 알만한 유명인이나 상관없이 찾아오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보다는 가슴으로 쌓이는 무게가 더 큰 것이기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당면한 문제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천재화가로 기억되는 이중섭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현실로 다가오는 삶의 무게가 무엇인지 가늠해 본다.

 

‘소’또는 ‘군동화’로 기억되는 천재화가 이중섭의 삶을 그린 ‘이중섭1, 2’(다산책방, 2013)를 읽어가는 내내 쉽사리 넘어가지 않은 책장을 탓하며 그의 삶의 궤적을 더듬는다. 학생시절 교과서를 통해 보았던 ‘소’라는 작품으로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화가 이중섭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도 그를 그린 소설가 최문희의 글로 만나는 이중섭은 눈이 오다 햇볕 나고 어느 사이 검은 구름으로 휩싸인 오늘 하늘처럼 답답하고 을씨년스러우며 불투명하기만 하다. 무엇이 당대 화재의 중심에 서 있었으며 천재소리를 듣던 예술가의 삶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일제강점기인 1916년 평안도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오산학교를 다녔고 일본으로 유학생활 중 일본화단으로부터 주목을 받았고 일본인 여자를 만나 사랑했으며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했지만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만 했던 이중섭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본다.

 

소설은 일본인인 이중섭의 아내 남덕이 서귀포 이중섭 기념관에 그의 유품을 기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아오며 시작된 이야기는 이중섭이 살아온 행적을 쫒아 그려지고 있다. 일본 유학생활과 그림으로 주목받는 전도유망한 화가,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상황 속에서 갈등하는 모습과 국내활동에서 이중섭이 그의 벗들과의 만남, 그를 떠났던 아내의 일본 생활과 남편의 최후를 지키지 못했던 아내의 심정이 그려진다.

 

“내 생을 관통한 주제는 성(誠)이라는 딱 하나의 가치입니다. 세상의 모든 생명들, 하잘것없는 작은 동물이나 식물들 그 각각의 생명에 맥이 있고 혼이 있다는 자연 부동성에 최고의 가치를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소설가 최문희는 이중섭의 이야기를 그려가는 중심에 이중섭의 삶과 예술세계를 성(誠)으로 함축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깊은 무게로 다가오는 것이 있다. “외롭고 서글프며 그리운”그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이다. 천재화가였을망정 일상에서는 무력한 생활인이었고 무능력한 가장이었으며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도 도망자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일본, 원산, 부산, 통영, 진주, 제주도 서울, 대구를 떠돌다 결국 적십자병원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던 이중섭 그렇기에 소설속의 이중섭은 변화무쌍한 한 겨울 날씨처럼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그렇더라도 이중섭의 삶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 무엇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중섭이 살았던 시대상황과 성장하는 과정에서 길들여진 소심함, 현실보다는 이상을 품고 살았던 성품까지 두루 살펴 그를 이해하고 싶은 것이다. 그를 아끼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공감하고 소통하고자 헸던 어쩔 수 없는 몸부림으로 읽힌다면 그나마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그림을 통해 민족혼을 불러온 것에 주목한다. 그의 작품 속에 담긴 친근한 사람들의 모습과 ‘소’로 상징되는 이미지의 속에 깃들어 있는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만약에 화가 이중섭이 일상생활에서 능력 있는 생활인으로 살았다면 오늘날 주목받고 있는 그의 그림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의문이기는 하지만 삶의 무게를 이겨내며 힘겹게 한발 한발 나아가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희망을 전해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 때문이다. “그리고 또 그렸다…사랑해서 그렸고, 그리워서 그렸다”그림밖에 다른 무엇을 할 수 없었기에 그릴 수밖에 없었던 화가의 일상이 무거움을 더해가며 다가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