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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청우탁 - 문식 ㅣ 인문학 수프 시리즈 4
양선규 지음 / 작가와비평 / 2013년 11월
평점 :
문학을 제대로 읽기 위한 안내서
한때, 문학은 나의 호기심의 범위에 있지 않았다. 역사나 철학 등 인문학 서적을 주로 읽으면서 어쩌다 읽게 되는 문학책은 어렵기만 해서 도저히 끝까지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이유야 찾아보면 분명하게 있을 테지만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살아온 시간이 제법 된다고 자부하는 나에게 늘 문학은 어렵게만 여겨진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책 읽는 사람들 모임에서 접하기 시작한 문학은 나에게 실로 새로운 세상을 가져다주었다. 문예출판사와 을유문화사에서 발행하는 고전문학을 섭렵하면서 문학이 가지는 속 깊은 매력이 역사나 철학과 같은 인문학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에게 문학은 여전히 어렵다. 무엇이 문학과의 사이를 벌려놓은 것일까? 여전히 궁금하지만 딱 집어 그렇다할 이유를 말할 수 없다.
작가와비평사에서 발행하고 있는 인문학 수프 시리즈를 접하며 어렵게만 느껴지던 문학에 대해 새로운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소설가이며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교수 양선규라는 사람이 쓰고 있는 인문학 수프 시리즈의 네 번째 ‘우청우탁(寓淸于濁)’은 문학에 관한 이야기다. 이미 소설에 대한‘장졸우교’, 영화 이야기 ‘용회이명’, 고전에 관한 ‘이굴위신’으로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주목받고 있는 시리즈다. 독특한 시각으로 각각의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하는 저자의 글맛이 보통이 아니다. 자신의 경험치를 충분하게 발휘하고 있기에 저자의 개인적인 삶을 함께 볼 수 수 있다는 점도 관심거리 중 하나가 된다.
이번 주제인 ‘문학’에 관한 중심 키워드는 ‘우청우탁(寓淸于濁)’이다. 흐리고 맑음이 둘이 아니다는 말이다. 픽션으로써 문학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하는 말로 보인다. 문학이 사람들의 실제적인 삶을 토대로 하여 작가들의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것이기에 관념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여, 저자가 펼치는 문학이야기는 분명히 실체가 있는 것으로써의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문학을 ‘문식’이라는 의미 있는 인식의 출발점을 제시하고 있다. 문학의 ‘읽고 쓰는 일’에 대해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체와 분리된 기존 시각을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바로 문학이 작가들만의 활동이 아닌 실천적 글쓰기와 연결된 문학으로 이해하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준다.
문학의 구성요소라 할 수 있는 다양한 문학 속 장치들을 이야기 하면서도 그것이 글로만 머무는 것이 아닌 실제 문학작품과 저자의 경험을 비교하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들이 여타의 문학에 관한 이론서들과는 다른 맛을 전해준다. 특히, 시와 장엄에 관한 이야기인 참 좋은 울음터에서 박지원과 김정희 그리고 이육사로 이어지는 정서의 흐름에 대한 이야기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이제 나는 문학이 어렵게만 느껴졌던 이유 하나를 찾아 고백한다. 저자의 밀대로 단순한 줄거리 쫓아가기 식으로 읽어왔던 문학에서 ‘제대로’ 읽을 것을 발견한 것이다. 꾸며낸 이야기로 문학을 대한다면 사람들 삶과 구체적인 결합을 하지 못한 것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고 있듯 문학의 기본 바탕은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일 것이다.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물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일상인 것처럼 문학 역시 그 범주 안에서 머물러 있기에 사람들의 삶과 문학은 분리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심심풀이나 시간 떼우기, 줄거리 쫓아가기 식이 아닌 제대로 읽은 문학작품이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 영향력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 책 ‘우청우탁’을 통해 문학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할 수 있는 독특한 문학 강의를 듣는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