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보는 눈 - 손철주의 그림 자랑
손철주 지음 / 현암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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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또 볼일이다

역사에 관심을 갖다보니 그 지평이 넓어져 주목하는 분야가 생겼다. 우리 선조들이 남긴 옛그림이 그것이다. 그림하면 우선 사양그림이 전부인양 하는 세태에 우리 옛그림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책을 만나기란 하늘에 별 따기 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묻고 찾아보고 서점에 진열된 책들을 살피며 하나 둘씩 만나게 되는 그림 읽어주는 책들이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만난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솔, 2003)의 저자가 오주석이라는 사람이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저자가 오주석이면 무조건 책을 구입하고 그가 알려주는 우리그림에 푹 빠져 지냈다. 그런데 그렇게 제미난 이야기를 전해주는 사람이 이미 운명을 달리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또 얼마나 절망했던가. 그 후로 많은 사람들이 우리그림을 비롯하여 서양화까지 그림 읽어주는 책을 발간하기 시작했다. 그냥 그림만 읽어주는 것에서 벗어나 문학과 그림이나 화가들의 그림을 비교분석하여 보다 알기 쉽게 그림의 세계로 안내하는 것이다.

 

그렇게 만난 저자들 중에 손철주, 고연희, 허균, 조정육, 강명관, 이주헌, 손태호 등을 주목하고 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것은 같은 그림을 두고도 저자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읽기가 흥미롭기 때문이다. 그 중 손철주는 이미 꽤 많은 독자층을 확보한 저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미 그의 전작 ‘속속들이 옛 그림 이야기’(자음과모음, 2012), ‘꽃 피는 삶에 홀리다’(오픈하우스, 2012), ‘다 그림이다’(이봄, 2011),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현암사, 2011),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생각의나무, 2010) 등으로 손철주의 그림 보는 눈과 해설하는 글맛에 빠져 있다.

 

이번 책 사람 보는 눈(현암사, 2013)은 제목에서 이미 짐작할 수 있듯 사람이 등장하는 옛그림을 저자만의 특별한 시각과 달달한 글맛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모두 85편의 그림이 등장하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등장한다. 일하는 사람, 노는 사람, 꽃을 보거나 글을 읽는 사람을 비롯하여 자연 속에 동화된 사람들의 모습 등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그림을 만날 수 있다. ‘같아도 삶 달라도 삶’, ‘마음을 빼닮은 얼굴’, ‘든 자리와 난 자리’, ‘있거나 없거나 풍경’등 네 가지 주제로 분류된 그림이야기는 그림만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적인 측면 뿐 아니라 그 그림과 연관되어 그림이 가지는 정취를 함께 나누고 있는 시와도 만나 그림읽기의 즐거움을 배가 시키고 있다.

 

특히 손철주의 그림 보는 눈은 독자로 하여금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한다. ‘송인명 초상’의 뻐드렁니에서 포용력을, ‘이하응 초상’의 칼집에서 뺀 칼에서 대원군의 서슬을, ‘심득경 초상’의 붉은 입술에서 그린 이의 애통함을, ‘임매 초상’에서 ‘캐캐묵은 사람’의 심지를‘황현 초상’의 사시를 여기저기 다 보는 겹눈으로 읽을 수 있을까? 보고 또 봐서 그림을 그린 사람과 뜻이 통하거나 세상과 사람들의 삶에 대한 통찰력이 발휘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손철주의 그림 보는 눈은 특별하다.

 

또한 손철주의 그림을 풀어가는 글맛은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우리말을 살려 가슴 속에 숨겨진 감성을 건드려 주고 있어 그림이 새롭게 보이기까지 한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아이기하고 있는 “그림 밖의 사람은 그런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고, 그림 속의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것 같지만 그런 사람이 많다. 이럴진대 사람 그림을, 그려진 사람으로만 여기겠는가. 보고 또 볼 일이다.”의 그 마음을 충분히 공유할 수 있다. 부제에 붙은 그림 자랑이라는 말이 수긍이 간다. 또한 책 뒷부분에 본문에 등장하는 그림들의 화가의 약력을 담아 두어 보다 넓은 이해를 도와주고 있는 점도 좋다.

 

얼마 전에 읽었던 연암고전연구회라는 곳에서 펴낸 ‘나의 길을 가련다’(2013)라는 책에 범상치 않은 인물이 표지로 실렸다. 하지만 표지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찾을 수 없었다. 손철주의 이 책도 마찬가지다. 구석구석 찾아봐도 표지화에 대한 설명을 찾을 수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여러 책을 참조하여도 도무지 알 수 없다. 아디선가 본 듯한 초상화여서 더 궁금하다. ‘사람 보는 눈’의 표지에 쓰일 만큼 중요도가 있는 그림으로 보이는데 왜 없을까? 표지에 쓰인 초상화의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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