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서의 역사 - 역사 속 억압된 책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
베르너 풀트 지음, 송소민 옮김 / 시공사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불온한 생각이 역사를 진전시킨다

‘금지도서’라고하면 가정먼저 대학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사회 각층에서 민주화 열기가 드높던 때고 사회가 어둠의 그림자로 휩싸여 있을 때여서 당시 화두는 당연이 사회의 민주화였다. 짜여진 시간표대로 움직이던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무엇이든 내 자유의지대로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대학생활은 혼란만을 가중시키는 곳이기도 했다.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당시로써는 낯설기만 하던 단어 ‘사회’, ‘민주’, ‘정의’, ‘통일’등의 단어들이 가지는 의미를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 역시 감당하기에는 벅찬 시기이기도 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 시대를 떠올려 보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사회였던가 싶기도 하지만 그때는 그렇게 자신보다는 이웃과 조금 더 범위를 넓혀 민족이니 사회니 하는 이념들을 공유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숨겨서 돌려본 그러한 책들 속에서 비로써 사회나 민족, 자유, 정의, 평화, 자본주의, 공산주의와 같은 대의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이른바 ‘금지도서’는 선배들의 손에 이끌려 한두 권씩 읽게 되는 거의 모든 책들이 서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것들이었고 당연히 복사본으로 만나게 된 것들이었다. 이러한 금지도서는 수십 년 아니 수백 년 전 역사 속에나 등장할 것 같은데 불과 수년전에도 ‘2008년 국방부불온서적목록’이라는 것이 버젓이 존재하는 사회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금지도서’라는 것이 생긴 것일까? 무엇을 감추고 알리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걸까? 무엇을 근지 시킨다는 것은 결국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그와는 반대되는 사상이나 이론 등이 유포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금지도서는 역사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이 중국 진나라 시황제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특히, 서양의 역사는 바로 금지도서의 역사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로 불태워진 책들이 많았다. 이러한 금서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 발간되어 금서에 아련한 기억이 있는 사람들에게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어 새삼스럽다는 생각이다.

 

역사 속 억압된 책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를 담은 ‘금서의 역사’는 2013년 10월 시공사 발행가 발행한 책이다. 이 책은 책에 대한 탄압이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살피고 있다. 책의 저자는 금서의 이유를 구분하여 그와 관련된 사례들을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 자기검열, 사회를 위한 금지, 불구덩이에서 살아남은 책, 악을 근절시키기 위한 분리, 정신의 지배를 위한 분서, 믿음과 권력을 지키기 위한 금지, 다양성, 그리고 호기심, 지식과 음란에 대한 금지, 부도덕과 독재가 부른 금지, 허위와 기만이 낳은 금지, 지극히 사적인 금지 등 이유와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이렇게 금지한 사람들은 대부분 권력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이 권력은 정치, 종교를 포함하고 있다. 무서운 것은 직접적인 외부압력에 굴복하는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알아서 기는 형태를 일컽는 말로 자기검열이 그것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금서의 목록에는 요즘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책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마리아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 없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제롬 데이비드 샐린의 호밀밭의 파수꾼 등에서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윈의 진화론에 이르기까지 금서는 현재 진행형이다.

 

금지시킨다고 해서 안하거나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때론 금지하면 할수록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사람이기에 ‘2008년 국방부불온서적목록’은 국방부 추천도서 목록이라고하여 독자나 출판사에서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가 만들어 지기도 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비밀이 거의 없는 현 인터넷 정보화 시대에는 어떨까? 최근 미국의 정보기관이 세계 각국 지도자들의 전화를 감청했다고 해서 미국의 대통령이 곤혹을 치룬 일이 있었다. 이것은 정보화 사회의 이중성을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것이다. 열린사회라고 하는 말 속에는 보다 은밀하고 치밀하게 검열이 진행되고 있지만 오히려 소리 없어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현실로 보인다.

 

금지도서는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광범위한 분야에서 폭력적으로 벌어졌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금지한 쪽에서 보면 ‘불온한 생각’이 어쩌면 역사를 진보시켜 온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헬렌 켈러는 〈뉴욕 타임스〉지에 썼다는 “너희들이 사상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역사가 너희들에게 아무것도 가르치지 못한 것이다. 독재자들은 이미 분서를 자주 시도했지만 사상은 모든 세력을 다해 맞서 일어나 독재자들을 멸망시켰다.”라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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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금서의 역사> 금지조치 당한 책들의 모든 것
    from 책으로 책하다 2013-11-24 16:21 
    [서평] ⓒ시공사 시간을 거슬러 중국 진나라 시황제 때로 가보자. 당시 진나라는 상앙과 한비자 등의 법가를 국가 통치 체제의 주된 전략으로 받아들여 우민 정책과 함께 법에 의한 획일적인 사회 통제를 실시하였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중국 대륙에 뿌리내려져 온 유가 학문과 사상은 이 체제를 비판하였다. 중앙집권적 군현제를 반대하고 봉건제 부활을 주장한 것이다. 이에 진나라의 승상 이사는 정부가 시행하려는 정치를 비판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