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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와 함께한 마지막 일 년 ㅣ 개암 청소년 문학 20
마리 셀리에 지음, 이정주 옮김 / 개암나무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알 수 없는 여인, 모나리자의 미소
모나리자의 미소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들이 현존한다. 한 작품에 대해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풀리지 않은 무엇인가가 존재하기 때문은 아닐까? 눈썹 없는 여인의 내막을 알 수 없는 미소가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은 그 풀리지 않은 무엇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작품을 직접 대면하려 사람들의 관심이 모여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현상일 것이다. 이에 더하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삶 또한 관심의 연장선상에 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그토록 다양한 분야에서 쉽사리 뛰어남을 수 없을 정도의 업적을 남길 수 있었을까 하는 것 역시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그가 남긴 불후의 명작들도 쉽게 접할 수 없는 현실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은 언제나 반가운 것이 사실이다.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주어진 조건을 극복하고 살아생전 최고의 대우를 받았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 책 개암 청소년 문학의‘다빈치와 함께한 마지막 일 년’은 바로 그러한 궁금증을 풀어갈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준다. 우선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삶과 가상의 세상을 엮어 새롭게 구성한 이야기이기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대해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기에는 다소 거리감이 있을 수 있지만 상상력을 통해 새롭게 구성된 이야기 속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세계와 만날 수도 있다.
‘다빈치와 함께한 마지막 일 년’은 자신을 후원해주던 메디치가의 든든한 후원자가 세상을 떠났고 기력을 많이 잃어버린 삶의 후반기를 살아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에게 프랑스 왕 프랑수아 1세가 프랑스로 초청한다. 망설이든 끝에 초청을 받아들여 프랑스 앙부아즈의 한 저택에 머물고 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 저택에 살며 창작과 연구 활동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어린 소녀 카테리나라 그리고 그 저택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이야기를 담았다. 실제와 상상의 세계가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구성한 것이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생의 마지막에는 지나온 자신의 시간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그렇기에 살아생전 각계각층으로부터 추앙을 받던 다빈치 역시 자신이 살아온 삶의 여정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더라도 수 십 년 이상을 굳굳하게 살아왔던 삶의 방식과 태도가 달라질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 ‘다빈치와 함께한 마지막 일 년’의 작가 마리 셀리에가 주목한 점이 아닌가 싶다. 부엌대기인 어린소녀 카테리나에게 보여주는 따뜻하고 자상한 다빈치의 모습은 삶 속에 녹아 있는 다빈치의 삶의 자세와 태도가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는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생을 마감하기 전 일 년을 추적하여 대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사람의 삶을 복원하려고 한 저자의 중심에는 모나리자가 있었다. 알 수 없는 미소의 주인공 모나리자를 매개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그의 어머니 그리고 카테리나와 그의 어머니가 중첩되어진다. 여기에서 모나리자의 실재 주인공이 누구였는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림 속 알 수 없는 미소의 주인공 모나리자를 중심으로 각기 다른 접근이지만 모나리자의 미소가 가진 그 매력적인 느낌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이 있지만 실은 너무 멀리 존재하는 인물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통해 그 먼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알 수 없는 미소를 담고 잇는 모나리자의 미소는 어쩌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온 생애를 걸쳐 살았던 삶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남긴 한 인간의 마지막 상징은 아닐까? 알 수 없는 미소처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삶이 우리에게 다양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