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마주치다 - 옛 시와 옛 그림, 그리고 꽃, 2014 세종도서 선정 도서
기태완 지음 / 푸른지식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꽃, 시와 그림이 사람과 만나는 행복

수수꽃다리, 박태기나무, 목서, 수국, 파초, 작약, 나팔꽃, 맨드라미, 국화, 회화나무, 봉선화, 천리향, 이팝나무, 앵두나무, 무화과, 매화, 사과, 복숭아, 자두, 목련, 포도... 도시에 살다 한적한 시골마을로 삶의 근거지를 옮기고 나서 마당 한쪽 화단과 심기 시작한 꽃과 나무들이다. 잠자는 공간과 서재를 빼고도 제법 널찍한 공간이 있어 좋아하는 꽃과 나무들로 채워가는 중이다. 삶의 근거지를 시골로 옮기고자 했던 결정적 요인은 넉넉한 마음으로 자연과 벗하며 살고자 하는 것이 크지만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 역시 평소 꽃과 나무들에 관심이 많아 늘 자연에 주목했던 것이 그 배경이었다고 본다.

 

이사하고 나서부터 어디를 가든 눈에 띄는 꽃이나 나무를 보면 어떻게 하면 분양받을 수 있는지 씨앗이라도 얻을 수 있을까 궁리하게 된다. 물론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내 집에 있는 꽃이나 나무를 분양하며 함께 나눠가지는 즐거움이 이렇게 큰 느낌인지 알아가는 것 역시 생각하지 못했던 즐거움 중 하나가 된다. 이사하고 두 번째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무럭무럭 자라는 나무와 제철에 제 모양과 색, 향기로 보답해 주는 꽃들을 바라보며 다가올 봄을 미리 기약해 보는 것도 놓치기 싫은 행복이다.

 

이런 내 마음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책, ‘꽃, 마주치다’를 만나는 동안 책 속에 나오는 꽃과 내 집에서 자라는 꽃이 나주앉아 대화라도 나누는 것처럼 다정함이 함께한다. 기태완의 ‘꽃, 마주치다’는 옛 시와 옛 그림 그리고 꽃과의 만남을 이야기하고 있다. 옛 시와 옛 그림 속에 등장하는 꽃과 나무들의 이야기를 저자 기태완의 경험을 살려 생동감 있게 전해주고 있다. 옛 시와 옛 그림은 중국의 이야기와 더불어 우리나라 역사 속에 등장하는 관련된 주인공들을 불러내 현재의 주인공으로 살려내 마주 대하게 만든다. 눈을 돌리면 금방이라도 마주칠 것만 같은 현장감이 살아 있다.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꽃들이 언제부터 우리 곁에 있었는지 알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가 원산지가 아닌 꽃들이 대부분이기에 어떤 경로를 통해 우리 곁에 와서 지금까지 함께 숨 쉬며 살고 있는지에 대해선 문외한이다. 이런 궁금증을 저자는 옛 문인들의 글과 그림 속에서 찾아내고 이를 꽃에 주목하여 당시 사람들의 관심사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따라가고 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점들까지 알려주고 있어 평소 궁금증을 해결하는데도 유용하다. 꽃과 인연 맺은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시와 그림이 꽃이 담고 있는 이미지와 연결되어 지금 우리가 보는 꽃과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다. 바로 우리 역사와 맥을 함께한 동아시아 전체의 역사, 문학, 인물, 그림 등을 통해 꽃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꽃과 나무, 특별히 주목해야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주목하는 것도 아니다. 같은 공간에 같은 시간을 함께하고 있더라도 누군가의 눈에는 들어오는 꽃과 나무가 또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어느 날 갑자기 꽃과 나무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 시나 그림도 마찬가지다. 언제부턴가 알 수 없지만 눈이 가고 마음이 머물며 그 시간동안 함께하는 자연스러움이 있을 때 비로써 꽃과 시, 그림이 마음에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마당 한쪽에는 이런 저런 인연으로 내 집에 온 국화가 제철을 만났다. 그 국화를 보며 인연 맺은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꽃보다 사람이 먼저이기 때문일 것이다. 꽃으로 인연 맺은 그런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 꽃이 주는 선물로 받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