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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괴짜들 - 무턱대고 나서지 않았다면 결코 알 수 없었을 국경없는의사회 이야기
신창범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폼, 잡을 만하다
반기문 씨가 유엔 사무총장이 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 부쩍 국제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취업을 생각하는 청년들 또한 국제기구에서 일하고자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더불어서 해외 자원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스펙을 쌓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순수하게 봉사활동 차원에서 해외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에 늘 찬사를 보내곤 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을 앞장서서 하는 사람들에 대한 격려도 포함되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자신을 합리화하는 이유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남부럽지 않은 직장생활을 하다 해외 봉사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뛰어드는 사람들도 많아 보인다. 그중 한사람이 신창범은 자신의 해외 현지 활동을 통해 얻은 다양한 감회를 밝히는 책을 발간했다. ‘국경 없는 괴짜들’이 그것이며 이는 ‘국경없는의사회’의 현장활동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고 있어 해외봉사활동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한다.
신창범이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는 1999년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도주의 NGO’라고 평가 받으며 “고난에 처하거나, 자연재해, 인재 혹은 무력 분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인종, 종교, 혹은 정치적 신념에 관계없이 돕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독립적 인도주의 의료단체라고 한다. 저자가 ‘국경없는의사회’와 인연을 맺은 것은 갑갑한 일상을 보내다 ‘국경없는의사회’활동을 하고 돌아온 선배를 만나는 자리에서 선배가 찍어온 사진 속 ‘국경없는의사회’의 로고가 박힌 하얀색 조끼에 꽂혀 운명처럼 ‘국경없는의사회’를 동경하게 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멋진 조끼’라는 어쩌면 단순해 보이는 동기를 스스로 밝히고 있지만 어찌 그것만으로 ‘국경없는의사회’의 험난한 활동을 시작했다고는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의, 순수, 인도주의 등 남들에게 내세우기 쉬운 거대한 목적은 아닐지라도 스스로 가슴속에 간직한 무엇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가 털어놓는 이야기들 속에는 국경이나 인종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가지는 기본 욕구가 어떻게 발현되는지 알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담겨있다. 나라와 인종의 차이라기보다는 사람의 개인적 관심사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막연히 생각되기 쉬운 해외봉사활동이나 국제기구, ‘국경없는의사회’등에 대해 실제작 활동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에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파키스탄, 소말리아, 예멘, 남수단, 나이지리아 등 긴급구호활동이 필요한 나라들 속에서 가장 위험에 처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으며 그것보다 더 진솔한 이야기는 ‘국경없는의사회’의 활동가들 모습이다. 슈바이처 박사나 테레사 수녀를 떠올리게 되는 ‘국경없는의사회’에 모인 활동가들이 격전지를 찾아온 이유가 그렇게 인도주의적이거나 정의를 생각하는 차원이 아닌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이며 그들이 긴급구호활동을 벌이는 과정 역시 의무감이나 사명감에 투철한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다소 싱겁게도 읽힐 수 있는 이 책에서는 목숨 걸고 긴급구호활동을 벌이는 사람들이 특별히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렇게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아주 특별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불완전하기만 한 개인들이 모여 기적과도 같은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 더욱 특별해 보인다. 이러한 힘이 바로 인류의 역사를 이끌어 왔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괴짜들로 그려지고 있지만 그런 괴짜들 역시 우리들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임을 확인하는 순간 누구라도 그런 특별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긍정의 매력을 확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