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독서뿐 - 허균에서 홍길주까지 옛사람 9인의 핵심 독서 전략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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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의 책읽기에 대한 교훈

사람이 살아가며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으로 언어나 기타 표현 도구는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공부, 이 역시 시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져왔다. 옛사람들이 말하는 공부는 요사이 우리들이 쓰는 공부라는 의미와 사뭇 달라 보인다. 학교라는 교육공간에서 주로 시험을 치르기 위해 사전에 지식을 습득한다는 의미가 큰 것에 비해 옛날에는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의 도리를 밝히고자 하는 것이 공부였다. 달라진 의미만큼 공부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 역시 변했다.

 

예나 지금이나 공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책이다. 책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공부라는 말이 담고 있는 의미가 달라진 것처럼 변했다. 학생들의 교과서나 수험서적 이외에는 책을 접하는 기회가 줄었다는 점뿐만 아니라 옛 성인들의 삶의 지혜가 담긴 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단편적인 예로 요사이 광고에 등장하는 책이 컵라면 뚜껑으로 사용되는 모습만 봐도 그 실상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광고에서는 책은 책장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인문학 분야에서 활동하게 저술활동을 하며 독자들과 만나온 학자 정민교수의 새로운 책 ‘오직 독서뿐’은 그런 세태를 벗어나 독서가 가지는 의미와 올바른 독서법에 대한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려 뽑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독서법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여기서 저자 정민이 선정한 옛사람으로는 조선시대 내노라하는 학자이며 문인으로 활동했던 교산 허균, 성호 이익, 백수 양응수, 순암 안정복, 담헌 홍대용, 연암 박지원, 아정 이덕무, 연천 홍석주, 향해 홍길주 등 아홉 사람이다. 모두가 당대를 글로 호령했던 사람들이기에 그들만의 책을 대하는 마음자세가 잘 나타나 있다.

 

그들이 주로 봤던 책은 성인들의 주옥같은 삶의 지혜를 담은 논어와 맹자, 사기 등 고전들이고 책을 대하는 각자의 태도는 조금씩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한결같이 책에, 문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실제 생활과 긴밀하게 결부된 책읽기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서적에서 책을 읽는 태도와 관련된 내용을 간추려 다시 자신의 문집에 실은 사람도 있고 책을 읽는 자세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으며 심지어 책을 만질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책을 소중히 대하며 올바른 책읽기에 관해 모두가 원칙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론 아이의 눈으로 책을 대하기도 하며 한 책을 1만 번 읽는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책을 읽는 기본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책의 종류에 따라 독서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역사책과 경전과 실용서를 읽는 방법이 같아서는 책에 담긴 올바른 내용을 적확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말이다.

 

최근 내가 사는 도시에는 공원벤치에 자신이 읽은 책을 놓아두고 다른 사람이 그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또 책을 놓고 간 사람의 고마움을 전하고자 전화를 걸기도 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찾아가는 도서관이나 이러한 사회운동은 책과 담을 쌓고 지내는 사람들에게 책을 대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주어 책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세계로 안내하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책을 접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나마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책을 접하는 기회를 넓혀졌을 때 올바른 독서법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오직 독서뿐’에서 제시하는 독서에 대한 담론은 책을 좋아하고 책을 자주 접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내용으로 보인다. 학문을 하는 학자든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지식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든 그것도 아니면 독서가 좋아 책을 찾는 사람이든 우선 책과 친한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어서 독서의 대중화보다는 심도 깊은 독서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책이 주는 삶의 지혜와 때론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책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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