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라 문서
파울로 코엘료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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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근본에 대한 질문,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운명의 순간을 맞이하는 때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이는 역사이래 사람들과 함께한 근본적인 질문일지도 모른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어가는 과정이 어쩌면 삶이라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이기에 말이다. 그동안 수많은 학자나 종교인 현자들이 내 놓은 각종 처방이나 해답들은 여전히 존재하며 많은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며 다독이고 내일을 살아가게끔 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많은 답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딱 맞는 처방은 아니기에 각자는 자신의 처지와 조건에 맞는 처방을 지침으로 삼아 힘을 얻는다.

 

현재 지구상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삶의 지침으로 삼을만한 작품을 통해 공감을 얻고 있는 작가가 있다. 브라질 출신으로 신비주의 작가이며 극작가, 연극연출가, 저널리스트, 대중가요 작사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파울로 코엘료가 그 사람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이지도 하며 그의 수많은 작품들이 번역되어 한국의 독자들과 친근하게 만나고 있으며 나 역시 그런 독자 중 한명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에는 그만의 독특한 주제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있다. 특정한 종교라고 할 수는 없어도 신적인 존재를 인정하며 인간의 적극적인 의식 활동에 주목하며 이 양자사이의 관계를 절묘하게 묘사하고 있는 그 매력이 수많은 독자들을 이끄는 힘이 아닌가 싶다. 독자마다 접근하는 방법이 다르고 주목하는 바도 역시 다르기에 그 모두를 만족시키는 매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크라 문서’는 최근 발간된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이다. 작가의 이름에 의해 선택한 책이기에 그동안 작가에게서 얻은 매력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이번에 무엇을 어떻게 그려갈까 하는 기대감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말이다.

 

이번 작품은 문서로 시작한다. 1974년, 영국의 고고학자 월터 윌킨슨은 이집트에서 고대 문서로 아랍어, 히브리어, 라틴어로 쓰였으며 이‘아크라 문서’에는 11세기 말 십자군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 콥트인 현자와 예루살렘 사람들 사이에 오고간 대화가 기록되어 있었다. 이 문서에 의하면 1099년 7월, 기독교인, 유대인, 이슬람교인이 평화롭게 공존하던 예루살렘을 십자군이 공격을 감행하는 절대 절명의 순간에 예루살렘 군중을 모아 놓고 삶의 의미와 인생의 보편적 가치에 대해 묻고, 현자는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한다. 이 질문에는 삶의 본질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며 질문과 대답의 형식으로 전체를 구성하고 있다.

 

패배와 패배자, 고독, 삶의 방향, 자신의 가치, 변화, 아름다움, 성교, 통합, 가족, 사랑, 지나가 버린 과거, 운, 불안, 기적, 미래, 충심, 무기, 적 등이며‘지혜의 목소리’로 주목받고 있는 파울로 코엘료의 그간 작품을 접했던 독자들에게 낯설지 않은 질문들이다. 연금술사, 오자히르, 브리다. 순례자 등에서 보이듯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작가가 발표한 작품의 주제를 한 작품으로 총망라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는 작가의 작품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친숙함으로 다가서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이 익숙함은 신선함이나 다른 기대감을 가지고 이 작품을 대하는 독자들에게는 그리 반가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느낌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기에 다른 독자들로부터 어떤 반응을 얻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러한 느낌은‘정체성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결론들을 집대성한 작품’이라는 설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모든 것이 파괴된 후에도 사라지지 않을 인생의 지혜’를 얻고자 하는 것은 작가나 독자나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 작가가 그동안 작품으로 만났던 독자와 자신이 겪는 현실적 고민을 통해 공감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 이 작품의 주된 목적이라면 조금은 다른 방식이어야 하지 않았을까? 요사이 접하는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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