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이상했다
김해자 지음 / 아비요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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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이상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까?

"그 사람은 어쩔 수 없구나." 이 말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경우는 한 사람의 삶에서 그 사람만의 특성을 담아내는 공통의 모습을 찾았을 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스스로의 삶을 돌아볼 때나 다른 사람에 의해 보이는 모습에서 유추되는 한 사람의 삶의 태도가 그렇다면 그 사람은 아마도 수많은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한결같은 모습을 보였으리라 짐작된다. 이러한 모습이 때론 고지식하거나 답답해 보일 때도 있겠지만 그 역시 그 사람으로썬 어쩔 도리가 없는 자연스러운 일이 되리라 짐작한다.

 

여기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의 범주를 넘어선 듯 한 특이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조립공 미싱사로 전전하며 시를 쓰고, 생계를 위해 학원 강사를 비롯해 다양한 일을 직접 겪으며 사회의 약자들과 소통하다 어느 날 훌쩍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생활의 근거지를 옮겨 초보 농사꾼으로 살며 이웃 친구들에게 농사를 배우고 자신을 둘러싼 자연과 대화를 나누며 살고 있다. 미싱사, 노동운동가, 미술치료사, 강사, 초보 농사꾼, 책 읽는 사람, 놉 파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그는 시인 김해자다. 그가 자신의 삶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과의 소통에서 얻는 삼ㄹ의 교훈을 일상의 언어로 옮겨 놓은 책을 발간했다. 아비요 출판사 간행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이상했다'가 그 책이다.

 

시인 저자가 만난 사람들은 생활의 근거지를 옮긴 후 만난 할머니들과 친구들 그리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을 전달하기 위해 만나는 사람들과 학생들이다.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시인은 자신이 살아오며 문제제기했던 다양한 삶의 의문들을 확인하며 자기성찰의 기회로 삼고 있다. 자신이 가진 재능인 글쓰기, 미술치료나 바느질과 같은 방법을 동원하지만 방법이 주된 것이 아니라 그들을 만나는 자세가 중심이 되고 있다.

 

"가장 나다운 내가 가장 당신다운 당신을 만날 때 우리는 꽃으로 피어납니다.”시인 김해자는 이 책에서 핵심적으로 꺼내놓은 주제다. 이는 나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인정할 때 에야만 할 수 없는 말이 아닐까 싶다. 이처럼 저자는 자신이 만난 사람들의 삶 속에 존재한 그 사람만의 삶을 인정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세상과 사람들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은 자신의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못한다. 시인은 그렇게 닫힌 가슴을 스스로 열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재주가 탁월함이 있어 보인다. 이는 재주가 아닌 삶의 태도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움으로 다가오기에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자신이 만난 사람들 모두가 이상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 이상한 사람들 속에 자신도 포함됨을 놓치지 않고 이야기 한다. 그 이상함이 바로 그 사람을 그 사람이게끔 만드는 핵심 요인이기 때문이리라. 삶의 근거지를 옮긴다는 것은 어쩌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부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서의 부정은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아야 한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바로 그 지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삶의 근거지가 달라지면 많은 부분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 달라진 것의 핵심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 즉, 자연과 사람들을 대하는 시각의 변화가 핵심이지 않을까? 그렇게 달라진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비로소 자신이 지나온 시간에 대한 진정한 성찰이 가능해지리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인 저자의 이야기는 한 층 진실성을 더해주기에 충분하다.

 

이 책에는 삶에 지쳐 현실이 힘들 때 살그머니 힘내라고 손잡아주는 벗을 만나는 싱그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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