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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아들, 조선시대 왕위 계승사 -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눌 수 없다
한명기.신병주.강문식 지음 / 책과함께 / 2013년 4월
평점 :
권력을 향한 인간의 본성
텔레비전 드라마 중 단연 인기 있는 프로그램으로 역사와 관련된 것이 한몫 차지하고 있다. 어느 방송을 보든지 늘 보게 되는 역사드라마는 그 핵심내용으로 권력을 둘러싼 온갖 정치적 활동이 빠진 적이 없다. 특히, 궁궐 내 왕권을 둘러싼 권력싸움은 왕과 왕비 그리고 다음 권력을 이어갈 세자, 그 권력에 자신들의 운명을 건 중신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이 권력의 향배를 놓고 서로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과 새롭게 권력의 중심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세력들 간의 싸움은 때론 목숨을 내 놓고 벌이는 전쟁과도 같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매번 비슷비슷해 보이는 역사드라마에 흥미를 가지는 것일까?
인간이 가지는 기본 속성 중 권력욕이 있어 직접 그 과정에 참여할 수 없는 조건의 사람들이 드라마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는 것도 있겠지만 그런 관력투쟁 과정에서 보여주는 인간의 본성이 어떤 작용을 하는가에 대한 흥미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권력투쟁에서 본질은 바로 그 권력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 권력투쟁은 벗이나 동료는 물론 부자사이도, 부부도 서로 얽히게 되면 서로를 배척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이런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역사드라마는 그래서 매번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의 역사에서 이런 왕권을 놓고 벌렸던 권력투쟁은 수도 없이 많다. 가까운 역사 조선에서는 역성혁명을 통해 고려를 뒤엎고 세워진 나라이기에 왕의 권력에 대한 정통성을 부여받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권력의 정통성에는 백성들로부터 신임을 받기 위한 노력도 있지만 잡은 권력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부분도 함께한다. 왕권의 계승은 왕이 죽으면서 자연스럽게 계승되지만 그 계승자가 누구인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면서 권력을 향한 세력들의 이합집산이 일어나곤 한다. 이 왕위계승 중심에 왕과 왕세자가 있다. 왕조 국가에서 왕권이 어떤 의미인지 그 중요성에 비추어 차기 왕권을 이어갈 왕세자에게 주목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리라. 그러기에 왕세자 교육에 열성을 다했다.
‘왕과 아들’은 조선시대 왕위 계승사를 중심에 두고 왕이라는 권력이 어떻게 유지 및 계승되었는지 살피고 있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왕권의 계승이야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왕위 계승과정에서 벌어진 불상사로 특히 주목되는 다섯 사례를 들어 구체적 과정을 살핀다. 이 과정에는 기존 역사학자들의 연구까지 비교검토하고 또한 왕과 왕세자의 일생을 하나의 연표로 구성 제시하며, 왕의 가계도를 통해 적장자 관계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하였고, 관련된 도판과 설명을 함께 실었다. 여기서 살피는 다섯 사례로는 태조와 태종, 태종과 양녕대군, 선조와 광해군, 인조와 소현세자, 영조와 사도세자가 그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이들의 관계가 주목되는 이유는 바로 비극적 결말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왕세자 자리에서 쫓겨나거나 심지어는 목숨을 잃은 경우까지 있게 되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당시 조선이 처한 정치적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은 되지만 구체적 과정에 대해 이 책은 그려가고 있다. 중국과 조선은 다양한 측면에서 영향을 주고받은 관계다. 그중에서도 조선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조선에 이르러 최고조에 달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조선 내부의 이해요구와 결부되어 조선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왕권을 가진 왕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왕세자와 정치적 경쟁자로 변질되기도 하고 왕위계승의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한 일환이기도 했다. 500여 년의 조선 역사에서 내외부적 격변기에 벌어진 이런 비극은 조선사를 이해하는데 하나의 테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권력의 계승과정을 통해 살펴본 조선사는 권력을 향한 인간들의 본성을 살피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이는 혼탁한 우리나라의 현대정치를 살필 때에도 유념해서 보아야 할 사항이 아닌가 한다. 역사를 보는 근본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