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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국새
박두현 지음 / 다차원북스 / 2013년 5월
평점 :
발해의 부활을 꿈꾸는 비국새
우리나라 역사에서 "남북국시대"라고 하는 시대구분이 있다. 이 남북국시대는 남쪽의 통일 신라와 북쪽의 발해가 병존하던 7세기 후반부터 10세기 전반의 시기를 말한다. 신라는 698(효소왕 7)년부터 926(경애왕 3)년까지이며, 발해는 태조(太祖) 천통(天統) 원년부터 애왕(哀王) 20년까지인 228년 동안을 말한다. 신라에 의해 영토가 절반으로 줄어든 삼국의 통일은 고구려의 광활했던 영토를 잃어버린 아쉬움을 간직하고 있다. 발해의 건국은 고구려의 유민 대조영(大祚榮)이 698년에 만주에 세운 나라로 고구려의 유민과 말갈족으로 구성되어 고구려를 계승한다는 정신으로 이어져 한반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우리 역사에서 발해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분명한 우리 역사임에도 고대의 삼국시대 역사인식에 비해서도 발해에 대한 인식을 그리 깊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발해를 빼버리면 고구려로부터 이어진 역사의 흐름은 단절될 것이기에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는 지난 역사를 올바로 되살린다는 점과 더불어 역사를 보는 자국의 시각이 점점 더 강화되는 현대사회에서 역사의 중요성과도 관계가 깊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해 주고 있는 것으로 동북공정을 비롯하여 자국의 역사를 새롭게 인식해가고 있는 중국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중국과 밀접하게 연관된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로서는 더욱 더 역사인식의 중요성을 깨우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은연중에 소홀히 대하고 있는 발해를 새롭게 조망해보는 문학작품이 있다. 박두현의 "비국새"라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거란족의 침입으로 발해의 마지막 왕인 애왕에 의해 숨겨진 발해의 국새를 "비국새(秘國璽)"라 칭하고 이와 관련된 전설을 쫒아 발해의 부활을 꿈꾼다는 것이 이 소설의 주요한 흐름이다.
시대는 명과 청의 교체기로 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명을 압박하며 만주 땅에 힘의 공백이 생길 때 세상에 출현한 비국새는 비국새에 새겨진 삼족오와 조의선인에 의해 세워진 탑의 삼족오가 만나 부활하여 하늘로 비상하면 발해의 부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전설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비국새를 찾는 사람이 있다. 아란사라는 소녀에 의하여 경박폭포에서 발견된 비국새는 청나라 세력에 숨은 말갈계 사람들도 주목하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호란 때 청나라에 의해 끌려온 뒤 만주벌판에서 구차한 삶을 꾸려가고 있는 계성과 기명이 얽혀들어 목숨을 건 여정이 시작된다.
우여곡절 끝에 비국새에 새겨진 삼족오는 비상하지만 비국새는 다시 경박폭포 밑으로 사라지고 만다. 부활을 꿈꾸는 후손들에 의해 발해는 부활할 수 있을까? 당시 만주 땅에 살던 발해의 후손과 호란 때 끌려간 조선 사람들의 활동이 조금 더 그려졌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구려계와 함께 당나라에 대항하며 발해를 건립한 말갈계는 만주족의 조상이므로 금나라와 청나라를 건립한 그들이 중국의 한족보다는 우리와 형제처럼 가깝고, 만주 땅에 대한 연고도 함께 유지된다."
이 역사인식이 "발해의 부활"을 생각하며 비국새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숨겨진 기본 사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발해가 멸망한 이후 세워진 고려나 조선 역시 망국의 길로 들어선 것은 끊임없었던 내부분란이 한 원인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그런 내분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비국새가 역사의 침탈과 왜곡을 막는 방패"라는 작가의 말이 오랫동안 머리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