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생이다 - 내 남루한 발자국의 이름
이찬웅 지음 / 에세이스트사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건강한 삶이 담긴 글의 매력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 보다는 글을 쓰는 과정과 완성된 글에 담긴 글쓴이의 생각에 의해 글을 쓰는 이유가 결정되는 것은 아닌가도 싶다. 여기서 글을 쓴다는 것은 업무와 관련된 글이나 제출용 서류 또는 학자의 연구 논문이 아닌 작가들의 글쓰기 그것에 견줄만한 글을 말하는 것이다. 소설이나 시와 같이 문학의 범주에 들어가는 글쓰기가 그것이다. 물론 이 범주에 에세이도 포함된다. 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에 도전하며 만나는 분야가 에세이가 아닐까 싶다. 이는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은 일정한 경계 너머에 있는 것처럼 벽을 느끼기 쉽지만 에세이는 만만하게 생각된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글을 써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글쓰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것이다. 나 역시 글쓰기의 어려움을 아는 사람 중 하나다. 그리하여 에세이에 대한 나의 도전은 늘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언제쯤이나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과 벽을 넘어 내 안에 담긴 글을 옮길 수 있을까? 혹 그런 날이 와 글을 쓴다고 하더라도 글을 쓰고 있는 한 언제나 함께할 벽과 두려움일 것이다. 그렇다면 글을 써볼 용기를 내는 것을 미루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을까 하며 글쓰기에 대한 조심스레 그 가능성에 다가가 본다.

 

이미, 그러한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과 벽을 넘어선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그렇게 그들은 벽을 넘어 마음에 담아둔 속내를 보이고 있다. 물론 글을 통해서 말이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글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호감을 갖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작가들이 심열을 기울려 내놓은 작품들도 독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중에도 에세이스트에서 발간한 이찬웅의 "나는 학생이다"라는 작품처럼 반가움을 안기는 것도 있다. 저자 이찬웅은 목포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은행근무를 했다. 퇴직을 생각하며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하나 둘 실행에 옮기고 있다. 또한 "아름다운 서당"이라는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 젊은 사람들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매주 한 편씩 에세이를 쓰는 사람들과 함께 글도 쓰고 있다. 그가 그동안 쓴 글을 모아 펴낸 첫 번째 책이다.

 

"나는 학생이다"에는 유난히 발로 쓴 글들이 많다. 퇴직 후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살아오는 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 것이다. 백두산 순례를 비롯하여 서해안 도보여행 그리고 단기출가에 이르기까지 직접 몸을 움직여 겪고 느끼며 생각한 바를 조심스럽고 솔직한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 글 중에 저자가 세상과 사람을 보는 생각의 기저를 알 수 있는 글들이 많다.

 

여러 글 속에서 한 결 같이 놓지 않고 있는 부분이 이제는 현대화, 산업화, 개인주의 등으로 그 가치가 흐려지고 있는 '가족'이 있다. 그가 느끼는 행복의 근원이 가족인 것이다. 또한, 살아온 삶의 깊이에 의해 작은 것에 만족하는 것이 삶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나는 학생이다"편에는 그가 세상을 살아가는 가치관이 담겼다. 스스로 "평생 배우는 사람"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히 담겨 있어 글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한편으론 자신이 집에 손님으로 온 난향에 취해 문향으로 답해야 한다는 멋진 생각을 지닌 그는 멋지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언젠가는 나 역시 이런 글을 쓰고 싶은 것이다. 글이 글자의 나열이 멈추지 않으려면 글에 글을 쓰는 사람의 삶이 담겨야 한다. 멋진 글, 마음으로 공감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 글이 글을 쓰는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 바로 이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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