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
이동형 지음 / 왕의서재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바람에 실려 오는 당신의 희망

그가 떠난 것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그를 기억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마음이 같을 것이다. 그 마음 한 가운데 자리 잡은 '바보'는 아주 오랜 시간 함께할 것이기에 떠난 사람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를 보내지 못하는 것은 그가 살아온 삶에서 동시대를 살아온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무엇이 있기 때문이며 그 무엇이 여전히 사람들 삶의 중심에 있지만 그가 떠난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그 무엇이 달라지지 않은 한 그를 보내는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난 아직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들 곁을 떠난 마지막 자리를 가보지 않았다. 차마 그 자리에 설 수 없는 무음의 무게가 크기 때문이며 그를 보낼 수 없는 마음이 커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젠가 그 자리를 찾아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을 날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이런 바람도 너무 요원한 일처럼 느껴진다. 내 손으로 보냈던 그 자리에서 내려와 국민들 곁으로 온 그 자리에 그가 가고 그 자리를 차지했던 사람도 필부로 돌아왔고 다시 그 자리를 다른 사람이 차지하고 있다. 그 이전의 사람도 그 이후의 사람도 모두 비슷하다. 아니 쌍둥이처럼 닮았다. 그들의 국민을 향한 가슴이 그렇다는 것이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퇴보하는 양상이다. 그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건 노력에 의해 한발 전진했던 정치상황은 이후 후퇴를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3년 5ㆍ18민중항쟁기념일에 맞춰 보수언론에서 재기하는 이상한 이야기들은 어쩜 지금의 후퇴하는 정치상황을 그대로 반증하고 있는 것이리라.

 

하여, 대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던 그가 떠난 빈자리는 더 크게 다가온다. 그가 떠난 이 봄의 끝자락에서 다시 그를 기억하고자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아 한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왕의서대에서 출간한 이동형의 '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가 그것이다. 평범한 시민의 눈으로 '인간 노무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저자는 그를 기억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그를 국민들 앞에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저자 이동형은 팟캐스트에서 '이이제이'로 많은 관심을 얻은 '노무현 특집'에서 그를 현시대 우리에게 전해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노무현 자서전을 비롯한 이미 여러 책에서 그를 기억하고 있지만 저자는 그 틀을 벗어나 인간 노무현에 대해 그가 알고 직접 겪었던 정치현장에서의 이야기를 저자의 솔직한 심정을 얻어 피력하고 있다. 노무현이 태어나고 자란 봉화에서의 일과 가난한 어린 시절 학생생활 그리고 변호사가 되기까지 험난한 개인적인 인생역정과 이후 부산에서 인권변호사를 통해 나라와 정치정세의 현실을 깨달아 향후 그의 행보가 결정되는 과정, 김영삼과 맺은 정치적 인연, 5공 청문회의 활약, 대통령후보에 이르고 국민들의 열망에 의해 대통령에 이르고 헌정사상 처음 있는 대통령 탄핵과정을 이겨내는 지난한 과정을 쫒아가고 있다.

 

고등학교 출신 그것도 타협보다는 원칙을 우선으로 하는 정치신념에 의해 다른 사람은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일에 굴하지 않았던 뚝심으로 그를 향한 온갖 정치공세에 맞서며 굳건하게 참여정부를 이끌었다. 퇴임 후 역대 대통령 누구도 하지 못했던 또 다른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희망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그가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진 순간 그와 함께 나락으로 떨어졌다.

 

저자가 평범한 시민의 눈으로 '인간 노무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다시 '바보' 노무현이 그리운 것은 그가 이루고 싶었던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국민의 열망이 살아 잇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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