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이드 전쟁 - 황색 언론을 탄생시킨 세기의 살인 사건
폴 콜린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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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살인사건 보도에서 시작된 황색언론

현대사회에서 힘은 누구에게 있을까? 옛날이야 두말할 것도 없이 왕처럼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힘이 있었고 그들은 무소불위의 능력을 가진 존재로 사람들 위에 군림했었다. 그렇다면 그런 봉건적 사회절서가 무너진 현대에는 어떨까? 여전히 권력의 상층부에 존재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힘이 작용하며 그 외에도 언론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막강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언론들은 무차별적인 언론의 힘을 이용하여 사회를 이끌고(?) 나가는 주체로 등장한 것이다. 이런 언론을 일컬어 ‘황색언론’이라고도 부른다. 황색언론은 ‘언론지가 제 기능을 상실하고 판매부수 경쟁에만 열을 올려서 과도하게 선정적, 자극적인 소재들을 마구잡이로 싣고, 흔히들 말하는 '소설'을 쓰는 등 아주 개막장이 된 상태를 뜻한다고 한다.

 

이런 황색언론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세기 말 헝가리 출생의 퓰리처(Pulitzer, Joseph)에 의해 탄생했다. 퓰리처는 '재미없는 신문은 죄악'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이 때문에 그는 만평과 사진을 화려하게 쓰고, 체육부를 신설해 스포츠기사를 비중 있게 다루었으며, 흥미와 오락위주의 일요판도 처음 시작했다.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보도·문학·음악상인 퓰리처상의 그 퓰리처다.

 

황색 언론을 탄생시킨 세기의 살인 사건이라는 부제를 단 양철북에서 발행한‘타블로이드 전쟁’은 바로 황색언론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역할에 대해 담은 책이다. 1897년 6월 뉴욕에서 발견된 토막 난 시체를 둘러싼 보도전쟁이 그 출발로 당시 뉴욕에서 발행되던 신문인 ‘뉴욕 월드’의 퓰리처와 ‘뉴욕 저널’의 허스트가 벌인 사생결단 전면전을 이 사건을 통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각기 다른 장소에서 발견된 토막 난 시체들이 모두 한 사람의 것으로 판명이 나자 이를 둘러싸고 머리가 없는 시신의 주인이 누구인가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당시 신문사는 부수 확장에 목숨을 건 전쟁을 치루 던 때라 이 사건은 신문에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로 작용하여 신문사간 대대적인 보도 경쟁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수사를 책임지는 경찰과는 별도로 각 신문사에서는 별도로 전담반을 구성하여 사건에 대한 조사를 벌이게 된다. 이들은 상대 언론보다 앞선 보도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찰들과 대치 때론 공조하면서 목격자를 찾아 나서며 증거를 확보하고 빼돌리기도 하며 때론 서슴없이 조작하기도 한다. 범인은 찾기 위해 현상금을 걸며 범죄 현장을 독점하기 위해 범죄 현장이 된 집을 통째로 세 들고, 다른 신문사가 서로 연락을 취하지 못하도록 전화선을 끊어놓기도 하며 심지어 경찰 본부 앞 건물에 진을 치고 밤낮으로 경찰들을 감시까지 한다. 이에 편승한 군중심리는 이런 언론들에게 쉽게 현혹되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결국 범인이 누구이며 범행동기가 무엇인지와 같은 핵심보다는 흥밋거리로 전락하기에 이른다.

 

‘구경거리라면 사족을 못 쓰고, 쉽게 망각하고, 부도덕함이 주는 충격에서 활기를 얻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일깨워주는 멋진 책’

 

윌래밋 위크의 책에 대한 추천사다. 다소 과장된 것처럼 보이는 면도 없지는 않지만 어쩌면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은 이 이야기는 우리가 당면한 현실에 대해 심각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그것은 ‘언론이 역할’에 관한 것이다. 국민들의 알권리를 대신해서 언론이 사건들은 취재하고 이를 보도하며 공정한 잣대로 여론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점에 이미 망각한지 오래다. 오직 자신들의 입지와 언론사의 이익을 위해 추측, 과장, 선정적인 기사를 남발하며 보도한 기사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는 ‘아니면 말고’라는 무책임한 태도를 이 책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기에 책을 읽는 동안 공감하고 탄식하게 된다.

 

물론, 이 책에서도 그려지듯 이러한 상황이 언론 탓만은 아닐 것이다. 현명한 독자들이 자기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자기 생각이나 주장 없이 남의 의견에 동조하는 군중심리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실망만 할 것은 아니다. 언론재벌의 못된 행보에 제동을 걸고 이정을 요구하는 현명한 독자들이 있으며 날로 이런 현명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 책은 우리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자신의 태도를 돌아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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