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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졸우교 - 소설 ㅣ 인문학 수프 시리즈 1
양선규 지음 / 작가와비평 / 2013년 2월
평점 :
소설 새롭게 읽기
문학의 힘은 어디에 있을까? 오랜 시간동안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문학 작품들에는 그 작품만의 독자를 끄는 힘이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그것이 고전을 비롯한 문학이 살아남은 이유가 될 것이지만 아직 그 힘이 무엇이라고 이렇게 저렇게 말하지 못한다. 한때 소설은 그저 심심풀이로 시간이 날 때나 관심분야의 책에 지쳐 다른 읽을거리를 찾을 때나 만나던 것이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고전읽기 모임에 참여하며 힘들게 읽어가던 소설 속에서 사람의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찾아내고 나서부터 주된 관심사 중에 하나로 등장한 것이다.
이것일까? 문학이 오랜 시간 동안 살아남아 든든하게 독자들 편에 서있을 수 있는 힘 말이다. 지금도 여전히 문학작품을 만나는 시간은 어렵다. 고전이라는 이름이 붙은 작품을 대할 때면 한편으론 고역이나 마찬가지로 인내심을 요구하는 작품들이 많다.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이 오랜 숙제 앞에 한가지 방법을 제시하는 책을 만난다. 작가와비평사에서 발간한 인문학 수프 시리즈 첫 번째 책 바로 양선규의 ‘장졸우교’다. 저자 양선규는 소설가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작품 활동을 하는 사람이다.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이 책을 통해 만난 저자는 ‘소설은 예나 지금이나 인문학의 보고이다’라고 하면서 자신의 소설읽기를 선보이고 있다. ‘자신의 졸렬함을 기교로써 감추다’는 뜻의 ‘장졸우교’는 졸렬함이나 기교보다는 마음으로 읽어가는 소설이야기로 읽힌다.
‘장졸우교’에는 몰개월의 새, 노인과 바다, 옛우물, 통도사 가는 길, 줄, 유자약전, 달과 6펜스, 자전거 도둑, 금시조, 풍금이 있던 자리, 소나기,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만다라,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등 20편의 국내외 소설을 저자 자신의 눈으로 읽는다. 그저 소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아닌 자신의 삶과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를 소설과 접목시켜 인간 삶의 본질로 들어가는 통로 역할을 시도하고 있다. 저자의 소설읽기가 힘을 가지는 것은 솔직한 개인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속에 내재해 있는 인간의 삶을 끌어내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보면 개인의 문제를 담담하게 풀어가는 것 같은 한편의 에세이를 보는 듯도 하다. 그래서 장졸우교에서 만나는 소설들은 낯선 이야기로 다가오기도 하며 때론 이 작품이 이런 내용이었나 싶은 의아심을 불러오기도 한다. 그만큼 저자의 소설읽은 시각이 독특하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좋은 작품 20편을 골라, 소설적인 틀을 지닌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때그때 조금씩 보탰었다. 그 두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서로를 간섭하는지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었다.’고 했다. 독자들은 두 이야기가 서로 간섭하여 새로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는 것을 읽게 될 것이다. 소설이 가지는 힘이 무엇인지 저자의 눈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작가와비평이 이런 기획의도로 발간하는 인문학 수프 시리즈라면 독자들의 기대감을 충족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