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외면할 수 없는 본능
현대 사회처럼 성에 자유로울 때가 있을까? 마치 사회의 온갖 문제가 성문제로 대표되는 것처럼 보이는 현대사회에서 성은 어쩌면 긴 역사만큼 오래된 화두일 것이다.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일부의 시각 중에는 왜곡된 성 관념에 의해 성범죄가 극단적으로 만연한, 최악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본다. 일부 맞는 말일 것이다. 성에 관한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에서 자라지 못한 사람들이 본능으로부터 출발하는 성에 대해 극단적인 폐쇄적인 경향성이 있는 환경에서 살았으니 말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지금보다 다 자유로운 성문화는 어느 시대든 있었다. 우리 역사에서도 고려시대나 조선 초 여성의 지위는 지금과는 많이 달라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모든 것이 그렇듯 시대의 조건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기에 오늘날의 성과 관련된 사람들의 인식도 우리가 사는 사회의 조건과 한계를 반영한 것이리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있지만 누구도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는 문제이기에 다른 통로를 통해 그런 문제에 대해 관심과 궁금증을 대신해 온 것이 아닐까? 이 다른 통로가 바로 문학이나 영화와 같은 예술장르가 아닐까? 외면할 수 없는 본능을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다른 방편을 만들어 그 욕구를 대신한 것으로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페라 ‘카르멘’에 주목한 사람이 있다.
다소 이색적인 프로필의 주인공인 ‘암컷 그리고 수컷’의 저자 주석원이 그 사람이다. 유명한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서 사회생활을 하다 늦게 한의학에 뜻을 두고 다시 대학에 들어가 긴 과정을 거쳐 한의사로 활동하는 저자는 그동안의 음악에 대한 개인적 관심사와 한의사라는 직업을 통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성 즉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오페라 카르멘을 빌려 이야기 하고 있다.
오페라 카르멘은 남녀의 자유로운 사랑이야기를 주제로 하지만 다소 파격적인 내용 때문에 비평가들이나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얻지 못한 작품이다. 그것은 전통적 여성관이나 성도덕과 상반되는 주인공 카르멘을 등장시켜 당시 사회적으로 통용되지 못하는 파격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오페라 카르멘의 이야기 전개를 따라가며 남 녀 간의 성에 대한 오래된 이야기를 펼친다.
다소 외설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저자는 이곳에 노래, 오페라, 그리고 배우들에 관한 이야기들도 함께 풀어 놓고 있기에 민망함 보다는 진지함이 앞선다. 종족의 보존과 번성이라는 본능에서 출발한 섹스가 인간에 와서는 다른 동물이나 생명체와는 달리 그런 본능보다는 쾌락이 중요한 행위의 목적으로 변해오는 과정이나, 다른 동물들의 성행위에 대해 살피면서 인간의 성 행위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동반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인간의 섹스에 대해 정해진 룰이나 고정된 시각은 존재할 수 없다. 그 모든 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시대의 제약에 의해 통제되거나 묵인되어 온 것은 이성과 본능 사이에 적절한 타협점을 모색한 결과일 것이다. 우리시대 성문화 역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혼란스러움이나 불투명한 미래를 반영한 한 모습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