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
시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모임 지음 / 작가와비평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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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돌아갈 고향 같은 것이다

삶이 각박해서일까? 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졌다. 다른 이들을 나두고서라도 나 스스로 시 한편 외울 줄 모르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한때 섬세함으로 세상과 자신을 보던 때 한편의 시는 미래에 대한 불투명과 현실의 버거움을 달래기 위해 시 한 편을 외울 줄 알았다. 그러던 때가 그리 멀지 않음도 알지만 나이 들어가는 것을 실감하는 지금 나에게는 외울 수 있는 시 한편 없다. 삭막한 가슴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에 분명하다.

 

시인들이 섬세한 가슴으로 세상과 스스로를 돌아보며 남긴 시가 왜 사람들에게 왜면 받게 된 것일까? 어쩜 시는 젊음을 대변하는지도 모른다. 달달할 것만 같았던 미래가 그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가던 청춘시절에 자주 찾던 것이 시이기 때문이다. 내가 청춘을 보내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청춘들은 확실한 변한 시대를 살고 있다. 앞만 보고 달리며 모두가 경쟁자라는 압박이 존재하는 지금 청춘들에게 시는 사치일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시를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이해하지 못할 전문어로 시를 해부하고 마치 그것이 시를 읽고 이해하는 방법의 전부인양 해대는 현실의 반증이 아닌지도 모른다.

 

이런 세태를 벗어나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시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모임’이 그것이다. 이 모임의 구성원들은 문학을 전공하고 문학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청년들이다. 이들이 시문학의 대중화와 창작 현장의 전파와 보존을 꿈꾸며 길을 나선 것이다. 그 결과로 ‘그리운 시, 여행에서 만나다’, ‘추억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에 이어 ‘사랑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로 태어나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이미 발간된 ‘그리운 시, 여행에서 만나다’는 전라도와 충청도 지역의 시인을 , ‘추억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는 경상도 시인을 찾았던 가록이라면 이번 책 ‘사랑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는 서울과 경기, 강원도에 뿌리를 둔 시인들을 찾아 나선 기록이다.

 

현국 현대 시인들의 시와 시인들의 삶 그리고 시문학 창작의 배경이 되었던 생가와 문학관들을 찾아가는 노정을 담았다. 서울의 오상순, 임화, 이상, 김수영 경기의 변영로, 홍사용, 조병화, 기형도 강원의 김동명, 이태극, 박인환, 이성선 등 총 열 두 명의 시인들에 대한 기록이다. 보통의 문학기행서와 형식은 비슷하지만 문학을 전공한 저자들의 글맛이 자신이 찾아간 시인들의 시와 적절하게 어울려 각기 다른 맛으로 다가온다. 시인의 시와 현장을 찾은 답사자들의 맛갈나는 글이 새로운 시 한편을 읽는 듯 매력적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시문학 현장답사를 떠났던 자신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문학 전공자들이라서 사용하는 단어들이 기존 시를 학문적으로 설명하려는 흔적이 보이기도 해서 아쉬움이 있다.

 

오상순, 임화, 이상, 김수영, 홍사용, 조병화, 박인환 등 8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어쩜 익숙한 시인들이다. 시를 통해 시인들을 만나면서도 정작 시인의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시인 알아보기는 등한시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이유에선지도 모르지만 시를 이해하는데 한계에 부딪치면 시와 멀어지게 되는 일이 일어났다. 지금 한 편의 시도 외우지 못하는 것도 아마 이런 이유도 한몫 했을 것이다.

 

시인들의 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그 시인의 삶을 이해해야 한다. 하여 저자들은 시인들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과 그들의 문학이 꽃을 피웠던 장소를 찾아 이곳저곳을 찾아다닌다. 그 찾아가는 과정이 그냥 시인들의 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날그날 자신들의 섬세한 가슴으로 담긴 세상과 자연과의 만남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풍경을 담은 사진도 글맛과 더불어 독자들을 시문학으로 이끄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상과 자신을 보는 눈이 남달리 섬세하고 여린 것이 시인 아닐까 싶다. 이런 눈으로 세상을 보기에 벅찬 사람들도 일상을 떠난다는 것에서는 비슷한 눈을 가지게 된다. 그것이 여행이다. 여행은 출발과 도착이 전부가 아니고 그 과정이 모두 여행인 것이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그 여행의 과정이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 길에 가슴에 담은 시 한편 함께 한다면 각박한 세상에 살며 힘들어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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