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날개옷
현정원 지음 / 에세이스트사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솔직하기에 더 강한 매력인 수필

언젠가는 나도 글을 쓸 것이다. 무슨 거창한 글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저 내가 세상과 만나며 느끼는 그때그때의 감정을 담은 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산문, 에세이 그런 거 말이다. 아직은 때가 아님을 내 스스로 알고 있기에 선 듯 나서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주변에 이런 나의 생각에 부채질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그렇게 글쓰기를 부채질 하는 사람들로는 내 옆에서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아내가 있고 몇몇 벗들도 거든다. 하지만, 이런 거듬은 다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정작 내 안에서 나를 그 길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 이유가 글쓰기를 미루고 있는 결정적일 것이다.

 

이와는 다른 또 한 부류가 있다. 이미 글을 쓰고 독자들과 만나는 문학인들이다. 물론 이들을 직접만나서 듣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이 발표한 글을 읽으며 공감할 때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일어나는 그런 경우다. 그 선두에 조선시대 청장관 이덕무가 있다. 스스로를 책만 보는 바보라고 부르면서 책을 통해 얻은 세상과의 만남을 자신의 삶 속에서 실천한 사람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현란하게 꾸미지 않고 솔직한 글이 가지는 매력을 알게 한 사람이어서 감히 따라가고 싶은 사람이기도 했다. 현대 문인으로 또 한사람 있다.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로 만나 도종환이다. 우리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아름다운 말로 어떻게 이렇게 사람 마음을 사로잡는 글을 쓰는지 도무지 상상을 할 수 없었다. 여러 권의 책을 사서 아는 사람들에게 선물한 책이다. 그 감동을 나누고 싶어서 말이다.

 

수필집 ‘엄마의 날개옷’은 에세이스트의 발간한 현정원의 첫 번째 책이다. 여성으로 태어나 성장하고 결혼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시부모님과 함께 살아오는 동안 마음에 담아 두었던 자잘한 이야기를 담은 수필집이다. 여성이기에 가능했을 다양한 경험이 살아 숨 쉬는 글 속에는 이제는 나이가 들어 세상을 달관하듯 보는 여유가 느껴진다. 고통이나 상처 없는 삶은 없겠지만 그 모든 것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지혜로 세상은 그리 힘들지 만은 않다고도 느껴지는 글들이다.

 

특히, 두 아들이 태어난 과정에서 겪었을 심적인 동요와 불안,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오는 동안의 갈등 등이 세밀하게 묘사되는 이 이야기들에서 그 모든 것이 심한 고통으로 상처를 남겼으리라 여겨지는데도 불구하고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어 저자의 살아온 과정을 그려볼 수 있으며 마음의 넓이를 짐작하게 한다. 여성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글들이다.

 

‘엄마의 날개옷’의 부록처럼 붙어 있는 에세이스트 발행인 김종안의 작가론에서 김종안은 문학의 기능으로 글쓴이에게 치유적 기능을 이야기하면서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치유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마음에 무엇인가가 쌓여 도무지 어찌할 도리가 없을 때 글을 쓰고 싶어지는 것 말이다. 글은 그 사람의 거의 모든 것을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글을 통해 그 사람의 지난 삶의 깊이를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담담한 듯 보이면서도 솔직한 속내를 담고 있는 이야기들 속에 저자의 삶이 고스란히 들여다보인다. 어떻게 살아왔으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이다. 그래서 공감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볼 기회를 맞이하기도 할 것이다. 수필이 갖는 최고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