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과 함께하는 세상 여행 - 한옥연구가가 들려주는 문화 이야기
이상현 지음 / 채륜서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옥은 사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나는 한옥에 산다. 무슨 거창한 집에 사는 것은 아니다. 그저 지은 지 3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나로서는 살기에 좋은 공간에서 산다는 이야기다. 태어난 곳은 아니고 지난해 시골에 조그마한 한옥을 구입하고 이사했다. 물론 대도시에 집은 그대로 있고 주생활이 공간은 아직도 대도시 그곳이지만 주말이나 틈만 나면 시골집으로 내려온다.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는 나무기둥, 마루, 툇마루, 조금은 넓은 마당 그리고 서재까지 있어 그야말로 혼자 즐기는 공간이다.

 

이런 나를 두고 주변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갈린다. 자기도 시골로 가고 싶은데 언제 갈지 모르겠다고 하며 부러워하는 부류와 불편한데 시골은 무슨 시골이라고 하는 부류다. 그것도 이사한 곳이 한옥이라고 하면 이 반응은 더 증폭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한옥은 도시생활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몸이 불편하고 조금 더 움직여야 하는 것을 감내하면 마음은 넉넉한 생활을 할 수 있다. 그 넉넉한 마음이 한옥을 선택하게 만든 주요한 이유이니 나로서는 몸이 조금 불편한 것은 그리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이곳의 한옥을 구입하기 전까지 인근 마을을 수 도 없이 돌아다니며 새로 생기고 있는 한옥마을들을 둘러 봤다. 새로 지은 한옥들은 하나같이 그곳에 살 사람의 기운을 압도할 만큼 큰 덩치를 자랑했다. 무슨 궁궐의 전각마냥 덩치 큰 집에서 주인인 사람이 왜소해 보이며 위축된다면 그곳에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마음 편안하게 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조선시대 양반대가집도 이처럼 사람을 누룰 정도의 모양새는 아닌데 말이다. 또한 모양은 한옥이면서 실내는 도시의 아파트를 그대로 옮겨온 구조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집이 조금은 낡았더라도 내가 그 집으로 들어가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말 그대로 살림집 한옥이 좋다. 4계절을 살아보니 더 정감이 가는 것이 한옥에서 사는 것이다.

 

이상현의 책 ‘한옥과 함께 하는 세상여행’은 그런 나의 생각과 일치하는 한옥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집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것 중에서 기본이 되는 의식주(衣食住) 중에 주(住)에 해당되는 것이지만 이것만으로 한정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집은 문화를 품고 있다는 말이다. 한옥을 중심으로 우리들의 문화를 살핀다는 시각이 이 책을 더 돋보이게 한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한옥을 바라볼 때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집의 영향력에 대해 살피고 있는 것이다.

 

‘한옥과 함께 하는 세상여행’은 한옥이라는 집, 즉 건축물인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집의 구성요소나 건축 재료에 중심 시각을 두고 한옥의 이야기를 살피는 것이 아니다. 우리 민족과 수 천 년을 함께해온 주거공간으로 이 속에 담고 있는 삶의 가치와 그 가치를 담보하는 집으로써의 한옥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한옥 이야기에 김홍도나 신윤복의 그림, 빗살무늬 토기와 중국 역사를 함께 이야기 한다.

 

저자의 시각이 한옥이라고 해서 구시대적인 시각에 매어 있는 것이 아니다. ‘현대차 벨로스터에서 읽는 한옥의 디자인’이라는 부분에서 현대 사회에서 요구되는 ‘소통과 통합’이라는 화두를 한옥과 연결시켜 보여주고 있다. 가장 현대사회적인 것이 디자인이고 이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이 창의성이라고 볼 때 한옥에서 살아온 한국 사람들의 창조적인 사고방식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확인하고 있다.

 

한옥은 우리가 이 땅에서 살아오는 동안의 사람들의 삶의 지혜가 담보된 건축물이다. 사람이 사는 곳의 지형이나 날씨와 생활 방식에 대해 집은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개방된 마당, 시원한 대청, 따뜻한 구들처럼 자연과 더불어 그 속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해요구가 반영된 집이 한옥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한옥은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통해 완성된 집이라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한국인의 정서가 곧 한옥의 정서이고, 한옥이 품은 문화가 곧 한국인의 문화이다’라고 이야기 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사람들의 주거형태는 변할 것이다. 하지만, 수 천 년의 우리들의 삶의 지혜가 담겨 있는 한옥의 기본정신은 그대로 이어져 사람이 살기에 가장 좋은 주거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길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