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 안도현 아포리즘
안도현 지음 / 도어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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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세 남자의 이야기가 관심을 끈다. 스님, 배우, 야구선수로 각기 다른 길을 걸어온 세 남자의 이야기에서 삶의 본질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존재함을 느꼈다. 스님이야 깨달음을 위해 출가하고 그동안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본 시간이 많아 삶의 지혜를 밝혀줄 무엇인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고 배우는 다양한 성격의 인물을 연기해야 하기에 많은 생각을 하엿을 것이고 이런 경험이 또한 삶을 살아가는 지혜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야구선수라고하면 마운드에 서서 던지고 치는 일로 살아온 사람들이라 단순한 삶이 아닐까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러한 편견을 확실하게 깰 수 있었다. 이날 모인 사람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스님과 사회에서 소외받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이며 멋진 삶을 살아가는 차인표 그리고 메이저리그 진출로 한국 야구사를 새롭게 쓴 박찬호가 그들이다.

 

이 세 사람의 따스한 대화에서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앞만 보고 바쁘게 질주하기만을 살기를 강요하는 현대사회의 흐름에서 보면 일탈일지도 모르는 것이 멈춤에 관한 것이다. 이 멈춤을 바로 자신을 돌아보며 현재 처한 현실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시발점으로써의 기능을 말하고 있다. 그렇게 멈추면 비로소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열린 가슴으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책을 발견했다. 시‘연탄길’이나 어른을 위한 동화‘연어’등을 발표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시인, 안도현의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가 그 책이다. 이 책은 안도현 삼십 여 년의 문학 활동에서 얻은 삶의 지혜를 담은 글들 중에서 골라 엮었다고 한다. 시인 안도현은 한국 현대의 흐름을 온몸으로 느낀 것을 시와 산문이라는 문학 형태로 옮겨온 삶을 살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가 발표하는 글들에서 독자들은 삶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 받을 수 있었다.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에는 삶은 너무 가볍다, 그때부터 사랑은 시작된다, 내 마음의 느낌표, 고래는 왜 육지를 떠났을까, 그의 이름을 불러 주자 등 다섯 가지의 테마로 엮인 글들이 있다. 각 테마의 제목에서 보듯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삶이란 무엇인가. 물어도물어도 알 수 없어서 자꾸 삶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되묻게 되는 것이 삶이다. 삶, 답이 없다”(도대체 삶이란 무엇인가)처럼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인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안도현 시인이 문학 인생과 자연인으로써의 삶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오며 느낀 감정이 살아 있다.

 

시인의 눈은 보통의 사람들보다 섬세하며 따뜻하고 때론 용감하다. 그렇기에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해 할 말은 하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 할 말이 시로 표현되어지며 독자들과 공감을 기반으로 한 소통을 이뤄가고 있는 것이리라. 이 책에 안도현의 아포리즘이라는 이름 붙인 이유가 여기에 있어 보인다. 안도현에게 있어 ‘인생의 깊은 체험과 깨달음을 통해 얻은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기록한 명상물’은 시이며 그의 문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청년에서 이제 중년을 넘어선 시인의 삶은 자신과 세상에 대한 성찰의 과정이었을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렇게 삶에 쫓겨 내 주변에서 사라졌던 사소하고 다양한 대상들에게 눈을 돌리는 것이 아닐까?

 

연말연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다가올 앞날에 대한 나름의 계획을 세우기에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지천명을 맞이한 마음에 별 다른 감흥이 있지는 않아 다소 민망하기도 했다. 간혹 멈춤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이 멈춤에서 얻은 힘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그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이렇게 자신이 살아온 돌아보며 내일을 생각하는 시기에 자신을 성찰한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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