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안의 날개를 찾자

섬과 섬 사이를 이어주는 것으로 무엇이 있을까? 바다라는 물로 둘러싸인 섬은 고립을 대표하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섬이라는 말은 때론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되지 못하는 상태를 표현하는 말로도 사용된다. 섬을 고립시키는 것이 물이라고 한다면 그 물은 섬과 섬을 이어주는 또 다른 수단인 것처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무엇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작가 김연수는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의 작품을 통해 사람과 사람사이에 존재하는 벽과 그 벽을 통과하여 소통과 공감을 바탕으로 한‘우리’가 될 수 있는 조건은 어떤 것일까에 접근하고 있다. 이야기의 출발은 입양아가 자신을 낳아준 엄마와 고향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진실’과 섬처럼 존재하는 사람들의 ‘단절’이 불러온 현장을 직면하며 겪게 되는 상황을 그려가고 있다. 한국의 남해바다 진남에서 태어난 카밀라 포트만은 미국으로 입양되어 백인들 사이에서 섬처럼 고립되어 살아간다. 그녀는 양어머니 앤의 죽음과 양아버지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 출발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담긴 여섯 개의 상자를 통해 ‘기억’과 만나게 된다. 기억은 불완전하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카밀라 포트만에게도 자신의 뿌리를 찾아 한국의 바닷가 진남을 찾아와 만나는 사람들 모두에게도 해당된다.

 

이 소설은 다양한 시공간을 담고 있다. 21세기 현재의 미국과 한국, 일본과 방글라데시와 1988년의 바닷가 도시 진남이 있다.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진실’은 언제나 자신의 상황에서 만들어 온 상황인식의 한계를 가지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방해하거나 오해하게 만든다. 주인공 카밀라 포트만(정희재)과 엄마 정지은의 시점을 오가며 자살한 정지은과 연결되어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과 만나게 된다. 또한, 이 작품에는 입양아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과 자식의 성공을 위한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 신발공장의 엄마, 1988년 한국의 상황이 다른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방글라데시의 엄마와 일본의 할머니가 등장하며 다르지만 같은 그 무엇이 있다.

 

작가는 이처럼 섬으로 존재하는 사람과 그 사람들의 기억을 연결하는 장치로 ‘아카이브’를 마련한다. 아카이브가 ‘소장품이나 자료 등을 디지털화하여 한데 모아서 관리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손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모아 둔 파일’이라고 한다면 이는 단절된 사람과 기억의 파편들을 이어주는 단초로 작용할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심연은 서로에게 건너갈 수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심연을 건너가는 것, 우리가 두 손을 맞잡거나 포옹하는 것......’으로 말하며 작가는 자신이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독자가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쓰지 않은 이야기가 아니라 어쩜 작가는 쓰지 못한 이야기가 아닐까? 입양아가 겪게 되는 혼란과 자신의 엄마를 찾아간 곳에서 만난 진실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해 주는 사람들의 기억 속 진실은 한계를 가진 섬으로 존재하며 섬은 결국 육지를 향한 외침을 외면하지 못한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육지를 향한 이 외침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소통 안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몸짓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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