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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연애
성석제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2년 12월
평점 :
여자를 향한 남자의 연애란 이런 것이다?
연애는 사랑보다 달콤하다? 물론 연애나 사랑이나 사람이 가지는 본능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때론 동일한 감정을 일컫는 말로도 사용되지만 이 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고 둘 사이 차이를 언어로 표현할 수 없음이 답답할 뿐이다. 사랑을 이르는 범주 안에 연애가 포함될 수도 있지만 연애하면 사랑보다 더 긴밀한 감정의 변화를 담고 있는 듯싶다.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마음속 한구석엔 연애를 꿈꾼다고들 한다. 그 대상이 구체적인 경우도 있지만 그냥 환상 속 누군가를 대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심리적 위안이나 안정감 같은 것을 얻고 싶은 기본 욕망인지도 모를 일이다.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담은 이야기 성석제의 ‘단 한 번의 연애’는 그래서 감춰진 사람의 본능을 일깨우는 작용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처음 본 이후 줄곧 그 여자를 향해 열려있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남자의 삶이 그 남자에게 남긴 행복의 크기로 다가서는 것이 어쩜 연애가 사람에게 주는 긍정적인 힘의 원천이자 종착역이 아닌가 하는 생각 든다.
‘단 한 번의 연애’는 고래잡이의 아버지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 집의 심부름꾼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당시 흔하디흔한 가정폭력 앞에 노출된 민현과 술고래 아버지와 해녀 출신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세길이 그 주인공들이다. 그렇다고 둘 사이 달콤한 연애의 줄거리가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남자의 여자를 향한 줄기찬 마음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축이 된다.
첫 만남이었던 초등학생시절부터 이성에 눈을 떠가는 중고등학교 시절의 이성에 대한 관심과 설렘이 바닷가 고향의 풍경과 어우러지며 성장의 고통이 그렇듯 연애 또한 그 고통을 수반하며 진행되어 간다. 한국전쟁 후 베이비붐 세대로 태어나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겪게 되는 남자와 여자의 만남은 어쩜 밋밋한 흐름으로 연애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싶다. 급속한 산업화와 군부독재로 대표되는 한국 현대사는 이 시기를 살았던 모든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고 어른이 되어서도 숙명처럼 안고 살아가게 만들었다. 대학과 군대시절을 지난 남자에게 알 수 없는 비밀의 공간처럼 여자는 그렇게 알쏭달쏭한 존재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중년이 된 두 사람은 남자의 공간에서 만나 시간을 함께하지만 남자에게 여자는 늘 같은 의미로 존재하고 있다. 초등학생의 눈에 비친 여자로 말이다.
그렇다면 여자에게 남자는 무엇일까? 급격한 사회변화 과정에서 동반되는 사회적 폭력과 수 십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늘 그 자리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에 대한 그녀의 마음이 궁금하다. 소설에서 이야기 하듯 여자에게 남자는 쉴 곳이 필요할 때 언제나 찾아올 수 있는 안식처 그 이상을 넘어서지는 못하는 존재일까? 달리 말하면 그 안식처가 어쩜 연애의 출발이며 종착역인지도 모르겠다.
짧은 시간을 함께하고 돌아가는 그녀를 보내는 남자의 가슴에 가득 찬 그 감정이 평생 한 여자를 향한 마음으로 살아왔던 삶의 답이 될까? 어쩌면 짝사랑처럼 보이는 남자의 연애는 우리 모두가 가슴 속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있는 연애 감정의 전부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때론 사람에 따라 단 한 번의 연애 대상이 평생을 가슴 속에 자리잡고 그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힘으로 작용하기도 할 것이기에 세길의 현민에 대한 마음이 그것이라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