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이면 - 사람을 읽다, 책을 읽다
설흔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의 소리를 듣다

간혹 서재를 두리번거리곤 한다. 책장에 꽂힌 책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보며 그 책과 나의의 인연을 떠올리기도 하고 책 속의 주인공들과 만나 회포를 풀기도 하고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바라만 보기도 한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마음은 편안하지고 가슴 가득 따스한 마음까지 전해지곤 한다. 나름대로의 휴식을 취하는 방법으로 제법 좋은 시간이다. 책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설흔의 ‘책의 이면’은 흡사 이러한 경험을 실제로 느끼게 만드는 책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역사 인물과 특별한 책의 인연을 찾아 사료에 기록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엮어낸 것이다. 인물이 직접 저술한 책도 있고 그가 평소에 가까이 두고 읽었던 책도 있다. 스물세 명의 사람들과 스물네 권의 책이 그 주인공으로 저자 설흔의 맛깔스런 이야기 구성이 돋보인다. 책과 사람의 상호작용이 참으로 신선한 접근이다.

 

책은 사람이 만든다. 책을 만드는 사람의 가치관과 그 사람이 살았던 시대가 고스란히 반영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며 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던 앞선 시대와 소통하는 것이다. 우리가 책에 집중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리라. 보통의 경우 책을 통해 저자와 내용을 보게 된다. 하지만 역으로 책이 만든 사람을 본다면 어떨까?

 

근사록과 조광조, 능엄경과 심노승, 교우론과 홍대용 등과 같이 사람에게 적극적인 영향을 미쳤던 책을 통해 그 사람의 삶의 추적하고, 박제가와 북학의, 최부와 표해록, 서유구와 임원경제지 처럼 저자와 책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야기를 꾸려가고 있다. 이야기 속 주인공인‘나’를 통해 사람의 심사를 추론해 가고 있는 것과 한편으로 김시습과 매월당집, 이문건과 양아록, 신류와 북정일기, 소혜왕후 한씨와 내훈, 김양기와 단원풍속도첩, 김정호와 청구도와 같이 책일 저술한 사람이나 그 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이 책과 관련되어 어떤 삶을 살았는가에 대한 흔적을 찾아본다.

 

서재 책장에 가만히 있는 책들이 그 책의 주인인 나를 보고 있다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특별히 아끼는 책이 있다면 그 책과 주인 사이는 따스한 공기가 흐를 것이지만 존재조차 까마득하게 잊고 있는 책들은 무슨 시선으로 바라볼지 의문이다. 서재를 보면 그 사람의 취향과 가치관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선택한 책이기에 내 생각이 반영되어 있을 것이고 그 책들의 모음은 결국 내 자신의 관심과 생각을 대변하고 있을 것이다. 다시 책장을 둘러보며 나의 관심과 생각을 반영한 책을 통해 자신을 볼 시간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저자의 스토리텔링이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그저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기에 역사인물과 시대상황을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내가 책을 본다’라고만 생각하며 책을 대했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역으로 책이 사람을 본다는 시각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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