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생각, 산수로 만나다 - 2013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아름답다! 우리 옛 그림 2
고연희 지음 / 다섯수레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보면 볼수록 더

그림하면 떠오르는 것이 우선 서양그림이다. 이러한 선입감을 갖게 된 것은 공교육이 중심이 되는 학교교육에서 출발한다. 이는 그림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양의 가치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 결과를 낳았다. 그러한 혼돈의 시간을 거쳐 나이 들어가면서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에 기대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면서부터 우리 옛 선조들이 남긴 글이며 그림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 둘 드려다 본 선조들의 글과 그림이 이젠 익숙해져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데 위안과 희망을 찾아보는 중요한 매개로 되어졌다. 우리 선조들의 옛 글을 보는 것은 한자에 익숙하지 못한 현대인들에게 다소 어려운 일이 되지만 우리 옛 그림은 그렇지 않다. 보면 알 수 있고 느끼게 되며 보면 볼수록 더 보고 싶은 자연스러움이 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한때 그림 읽어주는 책들이 발간되었다. 주로 서양그림에 대한 것들이 많지만 그중에는 우리 옛 그림을 중심으로 인간의 삶의 가치를 발견하게 하는 저자들이 등장하고 이제 우리 옛 그림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저자들이 있다. 오주석, 손철주, 이주헌, 손태호, 고연희 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시각을 통해 재해석된 우리 옛 그림은 그림 속에 담긴 선조들의 삶의 희노애락이 현대인들의 메마른 감정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고연희의 ‘선비의 생각, 산수로 만나다’는 ‘아름답다! 우리 옛 그림’시리즈로 발간되는 첫 번째 책 ‘선비의 향기, 그림으로 만나다 : 화훼영모, 사군자화’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아름답다! 우리 옛 그림’시리즈는 한국화를 주제별로 다루는 것으로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우리 그림에 대한 이해를 돕고 우리 문화에 대한 안목과 자부심을 키우고자 기획된 책이다. ‘선비의 생각, 산수로 만나다’는 저자 고연희가 조선 시대 산수화 62점을 선정하고 그림을 해석하는 키워드로 선비의 가치관과 삶에 대해 알기 쉽도록 알려주고 있다. 조선시대 선비가 추구했던 삶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그것을 반영한 그림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하나 하나 찾아간다. 산, 들, 계곡, 물, 바위 같은 자연을 그리긴 하지만 그 속에 선비들의 삶과 긴밀하게 관련을 가진 것으로 바꾼다.

 

안견의 ‘몽유도원도’, 이인상의 ‘송하관폭도’, 전기의 ‘계산포무도’, 정선의 ‘박연폭포도’와 ‘인왕제색도’, 김시의 ‘동자견려도’, 김홍도의 ‘마상청앵도’, 김정희의 ‘세한도’, 이인문의 ‘강산무진도’ 등의 작품을 선비들의 가치관의 변화를 중심으로 1장 ‘상상의 시간을 그리다’, 2장 ‘체험의 공간을 그리다’, 3장 ‘시정과 만남을 그리다’, 4장 ‘탈속과 축원을 그리다’로 묶었다. 일반 책에 비해 커진 판형이 그림을 보는 시각을 확대시켜주고 있다. 그만큼 그림을 보는 맛이 다르다. 또한 저자의 해박한 그림에 대한 지식이 우리 그림에 한발 더 다가서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저자의 전작 ‘꽃과 새 선비의 마음’(보림, 2004)의 연장선으로 이 책을 본다면 다소 새로워진 저자의 시각과 그림에 대한 이해의 폭의 변화를 살필 수도 있다. 이 책은 그림을 통해 그림과 선비들의 삶을 함께 들여다 볼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를 제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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