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장 - 뉴욕타임스 부음 기사에 실린 지상의 아름다운 별들에 관한 기록
유민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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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모든 것의 끝일까?

태어난 모든 생명은 그 끝이 있다. 부인하지 못할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생명이 끝나는 죽음에 대해 분명한 인식을 하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설령 죽음에 대해 분명한 인식을 하고 사는 사람이라고 해도 영원히 살 것처럼 죽음과는 담 쌓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죽음은 그저 먼 미래의 일이다. 이런 딜레마가 죽음을 특별한 것으로 여기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 선조들은 그런 죽음에 대해 ‘행장’이라는 글을 통해 죽은 사람의 삶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행장은 죽은 사람에 대한 산 사람들의 시각을 통해 죽은 사람의 삶에 대해 평가하며 그 기록이 있기에 이후 죽은 사람이 다른 형태로 기억되는 것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죽음은 끝이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 그 실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어쩌면 신문의 ‘부고란’이라는 것이 그 또 다른 시작이 아닐까? 유민호의 이 책‘행장 Obituary’은 지상에서 빛나는 삶을 살며 세상으로부터 주목 받았던 사람들이 아니라 무엇을 하던 어떻게 살았던 자신의 삶에서 빛을 발한 사람들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름하여 하늘의 별이 아니라 지상의 별이라 이름 붙여도 좋을 사람들이다. 그중에서도 ‘뉴욕타임스’ 부음란에 실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시기적으로는 2011년도 사망자를 중심으로 살핀 것이다. 죽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지만 결국 산 사람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 한 컷으로 스포츠 세계를 61년간 조망한 카투니스트 - 빌 겔, 42년간 당나귀 보호운동에 투신한 당나귀의 대모 - 엘리자베스 스벤슨, 친절함과 미소로 ‘국회의사당 이웃’이 된 워싱턴 홈리스 - 피터 비스, 히로시마 원폭을 체험한 반핵, 반전, 비핵 평화운동가 - 다카하시 아키히로,‘의미 있는 돈 쓰기’를 실천한 예술계의 자선사업가 - 아그네스 바리스, 아우슈비츠에서 탈출한 최초의 연인, 죽음마저 헛되이 만든 사랑 - 예지 비엘레츠키, 23년간 뉴욕 록펠러 센터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실어 나른 소나무 전문가 - 데이비드 뮈르바흐, 레오나르도 다빈치 연구에 관한 미국 최고 전문가 - 리차드 터너 등이 이 책 행장에 등장하는 사람들이다.

 

삼십 명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다 간 사람들이 아니다. 한 명 한 명 읽다보면 그 누구보다 빛나는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다. 누가 알아주던 그렇지 않던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했고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스스로 개척했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지상에서 빛나던 별이라고 할 수 있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죽은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죽은 사람의 행장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무엇으로 살았던지 생명에는 그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죽은 사람의 흔적은 이제 죽은 사람의 손을 떠나서 산사람의 몫이 된다. 그 흔적에서 찾아낸 삶의 향기는 산 사람들에게 삶을 아름답고 의미 있게 살아갈 바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주목하는 사람들이 우리에는 조금 떨어진 곳의 사람들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처럼 지상의 빛나는 별로 살았던 사람들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이제 그들에게 눈을 돌려 우리 곁에서 아름답게 살았던 사람들의 삶에서 전하는 향기로 미래를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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