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철학하기 - 낯익은 세상을 낯설게 바꾸는 101가지 철학 체험
로제 폴 드르와 지음, 박언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의 일상으로 돌아온 철학

철학? 머리 무겁고, 밥 먹고 사는데 필요 없으며, 대학에서 학자들이나 공부하는 학문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어쩌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이 이 말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철학은 사람들의 일상에서 멀어지고 강단에서나 통용되는 말이 되고 말았다는 의미다. 사람의 모든 일상에 가장 필요한 것에 대한 지혜를 담고 삶의 동반자와 같은 것이 철학이나 역사와 같은 인문학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미 사람들에게서 떠난 것이 인문학의 현주소가 아닌가 한다. 최근 들어 이런 인문학이 강단의 젊은 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다시 사람들 사이로 자리를 잡아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된다. 강단철학이 대중들 속으로 들어와 함께 사람들의 현실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찾아가는 강연회나 다양한 분야의 학문과 철학의 만남, 알기 쉬운 철학 서적 등의 발간이 바로 그러한 모습의 반증이 아닐까?

 

이 책 ‘일상에서 철학하기’(원제 : 101 Experience de philosophie quotidienne)의 발간도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사람들의 일상에서 멀어진 철학을 다시 사람들의 일상으로 돌려놓아 철학이 사람의 삶과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철학이라는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하지 않으면서도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소한 계기들과 직접 소통하는 경험을 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일상에서 철학하기’에서 제시하는 낯설게 보기는 내 이름 불러보기를 시작으로 ‘나’를 찾는 헛수고하기, 딱 20분만 존재하는 세상 살아보기, 풍경을 그림처럼 접어보기, 잃어버리고 잊어버리기, 낯섦의 틈새로 전화 걸기, 오줌 누면서 물 마시기, 나의 죽음을 상상하기, 천까지 숫자 세어보기, 공원묘지에서 달려보기, 뜨거운 태양 아래 배 깔고 한숨 자기, 영화 보면서 펑펑 울기, 소리를 줄인 채 TV 화면 보기, 10분간 소리 지르기, 모든 전화 차단시키기, 녹음기로 내 목소리 들어보기, 목적 없이 지하철 타기 등이다.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일에 대해 낯선 시각을 가져 보는 경험을 하자는 것이다. 이 낯선 경험이 ‘왜?’를 불러오고 스스로의 삶에 대한 성찰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없는 세상이 상상이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모든 하루를 휴대폰 없이 살아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친구, 연인, 일 또는 오락 같은 취미활동 등으로 휴대전화는 없어서는 안 될 것 같지만 막상 또 없으면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을 우리는 이미 망각하고 살아간다. 그런 일상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한다면 휴대전화가 사람들의 일상에 어떤 존재인지를 스스로를 중심에 두고 생각할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또한 ‘녹음기로 내 목소리 들어보기’와 같은 경험도 스스로를 인식해 가는데 꼭 필요한 경험으로 보인다. 분명 내 목소리지만 너무 낯선 경험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면 어이없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다. 때론 웃음이 번져 읽던 책을 잠시 덮기도 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경험은 우리가 이미 일상에서 경험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제시하는 101가지 중에서 하나라도 직접 경험하게 된다면 이 책이 가지는 의도를 금방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철학적 사고의 출발이 ‘시각의 변화’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라면 이 책에서 제시하는 일상을‘낯설게 바라보기’가 그것이다. 이런 경험이 바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가치관을 만들어 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책이 주는 의미는 이처럼 철학은 사람들의 일상과 구체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라는 점을 일깨워주는 것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