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거기쯤이야, 너를 기다리는 곳 - 테오의 여행테라피
테오 글.사진 / 예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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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 어디든 너와 함께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이 말에 여행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떠난 본 사람만이 있던 자리를 훌쩍 털어버리고 떠날 수 있으며, 많이 다녀본 사람만이 적당히 쉴 곳도 금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계절이 바뀌어 그 무덥던 날도 바깥 나들이하기에 좋은 날로 바뀌었다. 이른바 여행의 계절 가을이 온 것이다. 우리에게 가을은 파아란 하늘과 울긋불긋 물든 단풍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러한 계절의 변화를 먼저 생각하는 여행이란 어쩜 눈에 보이는 표면적인 것에 치우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일상에 묶여 그마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숨 쉬게 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 여행을 떠올리게 될까?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를 때? 매진하던 일에 실패했을 때? 사랑이라고 믿었던 사람에게서 버림받았을 때? 살다 보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때? 꿈, 일, 사랑, 목표 등 갖가지 이유를 들더라도 여행을 생각하는 상황은 결국 자신을 찾고 싶을 때가 아닌가 싶다. 스스로가 자신을 잃어버리고 상황에 매몰되어 헤맬 때 어디로든 자신이 처한 현실을 떠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고자 하는 것이 여행의 출발점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막상 떠나려고 해도 어디로 갈 것인지 막막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떠나지 못하고 주저앉아 반복되는 일상에 묻혀 다시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테오의 ‘바로 거기쯤이야, 너를 기다리는 곳’은 그러한 현실적인 고민에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여행 테라피스트’라는 저자의 경험을 한껏 살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적절한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여행지를 알려주는 형식의 여행서가 아니라 본래 여행을 생각하게 된 그 이유를 놓치지 않으면서 여행지에서 얻을 수 있는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24가지 주제를 네 가지 큰 틀로 나누고 국내 여행지와 해외 여행지를 번갈아 소개하는 형식을 갖추고 있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울 때는 아르헨티나의 탱고 마을에서 탱고 배우기를 시작으로 비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홍대의 작은 카페를 골라 이야기를 시작하기, 삶의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결정하지 못할 때 볼리비아의 티티카카 호수 마을에 머물다 오기, 갖고 싶은 사랑이 있을 때 태국의 치앙마이를 찾아가 풍뎅이들의 결투 보기, 미운 사람 때문에 고통스러울 때는 새벽이 아침과 닿는 시간에 광안리 해변을 걷기, 가슴 떨리는 사랑이 시작될 때 금오지 주변을 두 번 돌아 걷기, 무작정 어디로든 떠나고 싶을 때 인천공항 출국 라운지 카운터 D를 방문하기 등과 같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벗어나거나 극복할 수 있는 적절한 처방을 내놓고 있다.

 

‘우리는 참 성실한 사람들입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더구나 똑똑합니다. 그런 우리들의 여행이 정교한 사업계획서와 출장보고서 형태를 갖추는 건 그래서 당연합니다. 남들보다 천 원만 더 비싸게 지불해도 실패한 여행이 됩니다. 조금만 돌아서 당도해도 미련이 따라 옵니다.’

 

여행마저도 빈틈없이 짜인 일상처럼 대하는 사람들에게서 여행은 무엇일까? 여행을 생각하게 된 근본 이유도 잊어버리는 것이 과연 여행일까? 저자 테오의 ‘여행 테라피스트’라는 말에는 결국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직면해 보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과 다름이 아닐 것이다. 하여 일상에 지쳐,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 내면의 자신과의 만남이 필요한 여행은 어쩜 특별한 장소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그곳이 어디던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내면의 자신과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면 굳이 먼 해외를 떠올리지 않아도 우리가 살아가는 주변 어디든 여행지는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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