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 인 부에노스 아이레스 - 탱고를 찾아 떠나는 예술 기행
박종호 지음 / 시공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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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에 담긴 인간 삶의 희노애락

좋아하는 영화는 몇 번이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본다는 사람이 내게 마틴 브레스트 감독의 영화 알파치노가 주인공으로 나온‘여인의 향기’를 소개했다. 간단하게 이야기의 흐름과 그 속에 나오는 명장면을 내게 전하는 동안 그 사람의 눈동자는 빛나고 있었다. 그 영화를 내가 봤는지 아닌지는 기억에 없다. 하지만 그 사람이 소개한 이 장면은 맹인인 퇴역 장교가 멋진 음악과 함께 여인과 탱고를 추는 장면으로 언젠가 본 듯하다.

 

탱고를 찾아 떠나는 예술 기행이라는 부제를 단 ‘탱고 인 부에노스 아이레스’라는 책에서 다시 탱고를 만난다. 이 책은 남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출발한 ‘탱고’의 고향으로 탱고에 관한 여행을 떠난 박종호의 이야기를 담았다.

 

남미의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우리가 사는 북반구와 반대되는 곳에 위치하여 그저 먼 곳으로만 기억되지만 이미 축구로 친숙한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덜 알려진 곳이기에 ‘탱고’라는 춤이 가지는 사회 문화적 의미 또한 나에게는 가까운 정서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민 온 부두 노동자의 삶과 꿈이 담긴 ‘탱고’는 이제 더 이상 부에노스 아이레스 만의 이야기가 아닌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많은 사람들이 추거나 감상하는 예술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 최근 K-POP를 비롯하여 한 가수의 춤이 뉴욕을 비롯한 다양한 곳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무엇인가를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 비슷한 탱고의 역사에 흥미를 가져본다.

 

저자 박종호는 탱고의 매력에 빠져 탱고가 태어난 그곳을 방문하여 탱고의 모든 것을 몸과 마음으로 체득하고 싶었다. 하여 떠난 2주간의 탱고 여행에서 그가 몸과 가슴으로 담아온 탱고의 역사와 그 속에 숨 쉬고 있는 남미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탱고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고 한다. 빨라야 100여년이 지난 춤이 어떻게 전 세계인의 예술로 발전을 했는지 그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몸짓 언어의 일종이 춤일 것이다. 어쩌지 못하는 사람들의 가슴에 담긴 다양한 감정이 몸의 언어로 표출된 것이 춤이라면 몸의 언어로 표현되는 그 다양한 감정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지 않겠나 싶다. 저자에 따르면 탱고는 ‘아르헨틴 드림’을 꿈꾸며 아르헨티나로 이민 온 유럽 출신의 부두 노동자들이 고단한 몸과 지친 영혼 그리고 떠나온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기 위해 서로 껴안고 추던 춤이었다고 한다. 이민자들이 살전 지역이 산 텔모나 라 보카로 이 지역을 중심으로 생활을 영위하였기에 세월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탱고의 고향이 되었다고 한다. 특히, 라 보카 지역은 가난한 부두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가져온 자투리 목재나 함석으로 집을 짓고 그 외관을, 쓰다 남은 페인트로 칠하는 바람에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생겼으며 지금은 그 모습 자체가 독특한 원색의 풍경을 찾아 모여드는 전 세계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탱고의 변천사를 자연스럽게 전해주면서도 남미의 역사를 알 수 있게 한다. 춤 탱고가 변해가면서 자연스럽게 담았던 부에노스 아이레스 노동자들의 삶과 문학과 음악의 영역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갔던 탱고는 바로 그들의 역사가 되었다. 그 역사 속에서 빛났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파블로 네루다, 후안 페론, 에바 페론, 체 게바라와 같은 사람들까지 살피며 부족한 남미 아르헨티나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또한 탱고에 친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탱고관련 음악을 전달해 주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문화 예술은 인간의 삶과 동떨어진 무엇이 아니다. 저자가 탱고를 소개하며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역사와 정서를 살핀 이유도 그곳에 있을 것이다. 예술이 인간의 삶을 반영하기에 지금 우리가 누리는 문화 예술의 정서 또한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일종의 매개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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