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식과 일연은 왜 - 삼국사기.삼국유사 엮어 읽기
정출헌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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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이 왜 달라질까?

조선시대 세종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텔레비전 드라마가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았다. 우리나라 역대 왕 중에서 가장 존경받는 왕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많은 업적을 남겨 성군으로 칭송받는다. 세종을 생각하면 근엄함이 먼저 떠오르지만 이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왕의 모습은 다혈질에 울음을 터트리기도 하는 다분히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렇다면 세종의 진면목은 어떤 것일까? 물론 세종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역사의 단면을 읽는 사람들에게 이렇듯 혼란스러운 것은 당연한 일일까?

 

한두 권씩 역사에 관한 책을 읽어가며 궁금증이 생기는 부분이 있다. 기록된 역사적 사실(史實)이 모두 진실일까? 라는 의문이 그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그 말은 승자의 가치관에 의해 선별된 사실만이 선택되어 기록되거나 때론 일부러 은폐되기도 한다. 하여, 기록된 역사를 읽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읽는 사람의 가치관이 반영되어 읽힐 수밖에 없다. 이는 같은 역사적 사건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도 그 사건을 바라보는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이유다.

 

정출헌의 ‘김부식과 일연은 왜’는 이러한 상황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실례가 아닌가 싶다. 우리 역사의 고대사인 삼국시대를 기록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비교하면서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그렇게 다른 이유가 무엇인지를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저자는 우선 각기 역사서의 저자인 김부식과 일연에 대한 평가부터 시작한다. 김부식과 일연은 역사서를 저술할 때가 삶의 말기에 이르러서 시작한 과업이었다. 김부식은 ‘역사는 황당한 이야기가 아니다 근엄한 유학자의 시선’이라는 확실한 가치관을 가지고 집필한 역사서가 ‘삼국사기’며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탈속한 승려’ 일연의 시선 시각에서 김부식과는 사뭇 다른 시각에서 일연이 삼국시대를 기록한 것이 ‘삼국유사’다.

 

저자는 같은 시대를 다루면서도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서로 비슷한 사건에 대해 엮어 읽는 방법을 택한다. 당시의 전후 상황을 기록한 다른 기록을 참고하여 무엇이 진실인가 보다는 행간에 숨겨진 이야기나 문학적으로 새롭게 읽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살핀 두 고전에서 일곱 가지의 사건을 비교 검토하며 사건의 상황과 저자의 다른 시각을 확실히 나눠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기록들 중에서 저자들이 잘못 기록한 사건들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는다. 김부식이 온달에 대한 기록이나 일연의 무왕에 대한 기록들이 그것이다.

 

이렇게 본 사례들 중에는 여성에 대한 시각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남성중심 역사기록에서 여성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그나마 여성을 기록한 기록들에서 어떻게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지를 밝히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특히, 신라의 박제상과 그의 부인에 대한 기록을 살피면서 김부식과 일연의 시각이 극명하게 다른 것을 이야기 한다. 기록자의 가치관이 역사를 기록하는 기준이 된다는 점을 확실하게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현대 역사가들 중에서 많은 대중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저자가 있다.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이덕일이 그 사람이다. 기록에 갇혀있던 역사를 독특한 해석으로 대중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이덕일이 그와는 다른 시각으로 역사를 해석하는 사람들과 논쟁이 있다. 이러한 논쟁이 벌어지는 근본적 요인이 바로 역사를 보는 시각에 따른 차이 때문일 것이다. 기록된 역사를 읽을 때, 읽는 사람의 가치관이 반영되어 읽힐 수밖에 없다. 그 가치관은 또한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의 정신을 반영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보다 역사기록이 담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가려볼 눈이 절실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정출헌의 ‘김부식과 일연은 왜’가 역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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