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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진주성 비가 하 ㅣ 진주성 비가 2
조열태 / 이북이십사(ebook24) / 2012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목숨을 버려서 지켜낸 것들
전쟁이라는 혼란한 틈바구니에서 사람들은 무슨 꿈을 꿀 수 있을까? 문학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사람들은 현실의 사람들과는 다른 것이 아닐 것이다. 사람이 가지는 본래의 심성의 한 측면을 강조하거나 부각시키는 일이 있어도 전혀 다른 것을 그려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의 상황에 처한 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태도 역시 과거나 현재나 마찬가지리라.
임진왜란 중 진주성 전투를 그려가는 ‘진주성 비가’에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각종 문학작품에서 그려지는 사람들의 속성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목숨을 아끼려고 피난을 떠나는 사람, 목숨을 아끼려고 성을 버리는 성주, 남들이 지키려는 목숨을 버려서라도 나라를 지키려고 하는 사람, 이웃들의 불행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탐하는 사람, 뻔히 죽을 줄 아는 곳에 가족을 불러오는 사람 등 이들은 ‘진주성 비가’에서 보여주는 전쟁이라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도중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사람들의 모습이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사람들의 본성이 그려지는 소설 속 이야기에 집중해 본다. 성을 버렸던 김해성에 있던 서예원은 성과 백성을 버렸다는 죄책감으로 자신을 비롯한 가족 모두를 사지로 불러온다. 자신에게 붙여질 후대 사람들의 평가가 그만큼 두려웠다는 점이 부각된다. 진주성 1차 전투의 주인공이었던 김시민이 지금까지 사람들 속에서 살아 숨 쉬지만 서예원은 잊혀진 사람이다. 김성일 역시 왜 나라를 다녀온 후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보고한 것이 전쟁에 대한 모든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라는 심정이 전쟁판 속을 뛰어 다니며 백성들을 돌보고 전쟁에 대처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나라의 운명보다 자신이 속한 당파의 이익을 앞세운 간신이라는 이름으로 오늘날까지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무엇을 바로 보아야 할 것인지 의문스럽다.
또한, 모두가 살고자 떠나는 피난길에 자신이 가진 조그마한 지위를 이용하여 남의 재산을 빼앗고 그것도 모자라 무지한 백성을 사지로 몰아넣은 사람이 있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사람의 본성은 원래 선하다는 이야기를 믿어야 할지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그러한 사실을 알고도 어쩌지 못하는 것은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이 언제나 피해를 보게 되는 사실을 만나는 지점이 아닌가도 싶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아니 전쟁이 일어난 그때를 살았던 모두가 죽었다. 하지만, 그 후손들은 살아남아 역사를 이어오고 있으며 역사의 진실을 가르는 증언으로 남아 있다. 역사적 진실이 무엇인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간신이나 비겁자라고 불리는 지금 사람들 사이에서 흘러가는 이야기가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지금을 올바로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이 기억하는 모습이 후대로 이어져 역사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진주성 비가’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진주성 전투의 상황이 어떻게 흘렀는지 보다는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진실을 알리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