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어깨를 빌려줘 - 이용한 여행에세이 1996-2012
이용한 지음 / 상상출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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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고 싶을까?

보통의 사람들이 여행에 대한 꿈을 현실로 옮기는 여름이다. 일상에 매어 살아가다 휴가라는 시간을 통해 마음속에 꿈꾸던 여행을 현실로 이룬다. 생각만으로도 어디로 갈 것인지 그곳에선 무엇을 할 것인지 부푼 기대감으로 일상에 묶인 몸과 마음에 위안을 준다. 여행이 이렇게 사람들에게 위안과 편안함을 주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 이유를 들자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다른 많은 이유들 중에서도 스스로 떠나지 못하는 용기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여행을 떠나거나 떠나고자 하는 것일까? 여행은 일상을 살아가는 곳에서 몸과 마음을 다른 곳으로 옮겨 일상과는 다른 삶을 잠시나마 살아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자면 필요한 것들이 많다. 거추장스러운 준비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마음만 바꾸면 살아가는 현장이 여행지가 될 수도 있다.

 

여행을 떠난 사람이나 다녀온 사람 모두가 당장 떠나라고 이야기 할 지라도 나서지 못하는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나마 위안거리로 삼아 다른 사람의 눈과 마음으로 담아온 여행의 행복을 대신하는 것으로 만족할 때가 있다. 바로 여행기다. 일반인이나 이미 대중들 속에서 잘 알려진 사람들이 자신이 직접 겪은 여행지의 감상을 담은 여행기는 일상에 매어 이런 저런 이유로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에게도 때론 마음의 위안을 주기도 한다.

 

오랜 시간 동안 세상 각지를 돌아다니며 시인의 눈으로 가슴으로 담아온 것들을 대중들에게 내 놓았다. ‘잠시만 어깨를 빌려줘’는 시인 이용한이 길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을 담았다. 저자 이용한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일까? 이용한이 자신의 일상을 떠나 길에서 만난 것이 무엇일까? 세계 각지의 아름다운 풍경이나 독특한 삶의 모습들이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하지만 여행기에 담긴 대부분의 이야기는 여행자 자신과의 만남이다. 1996년에서 2012년까지 무려 17년간이나 되는 긴 시간동안 길에서 만난 것이 일상을 살아가며 마음의 무게를 더해갔던 힘들거나 외로웠던 일이나 그리운 사람들에 대한 돌아봄이 중심이 되고 있다. 그렇기에 상상을 초월하는 대자연의 아름다운 모습 속에서도 저자의 마음이 반영된 눈길로 바라보게 된다. 몽골, 티베트, 라오스, 케나다, 일본, 독일, 프랑스 등 발길 닫는 곳곳에서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특히 생생한 사진자료는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누구나 처음에는 커피포트처럼 뜨거워지지. 하지만 나중에는 불탄 배처럼 가라앉게 마련이야. 알아 나도. 상처받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단 한 번도 너를 위해 울지 않았다는 거. 누구와도 취할 때까지 마셔보지 않았다는 거. 하지만 지금 나는 이렇게 취해 있잖아. 그러니까 잠시만 어깨를 빌려줘.”(잠시만 어깨를 빌려줘) 중에서

 

‘아, 여행가고 싶다’고 입으로만 떠드는 사람들에게 지금 당장 떠나라고 부추 킨다. 지금 떠나지 못하면 영원히 떠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대신 위안거리를 주는 것처럼 이 여행기는 떠나기를 주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당장 떠날 것을 이야기한다. 여행이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잠시 어깨를 빌려줘서 지친 마음을 쉴 수 있게 해 준다. 떠나지 못하는 다양한 이유로 발목 잡혀 있는 사람들에게 시인은 속내를 내 보이며 우리를 여행의 낫선 공간이자 시간 속으로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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