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닮은 집, 세상을 담은 집 - 사회를 비추는 거울, 집의 역사를 말하다
서윤영 지음 / 서해문집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인간의 욕망을 채워가는 집

어느 시대든 인간이 만들어 온 모든 것들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전 시기든 자신이 살아가던 시기든 먼저 살아온 사람들의 경험과 문화나 삶의 방식을 담고 있다. 하여, 지금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은 사회적 흐름의 경향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중요요소로 의(衣)식(食)주(宙)를 꼽는다. 이 중에서 당대 문화적 요소를 가장 많이 반영하는 것이 주(宙)가 아닌가 싶다. 현대에 들어 우리나라에서 집에 대한 생각은 주거의 목적으로써 집이 아니라 투자의 대상으로 집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동산에 대한 투자만큼 확실한 재태크가 없다는 말처럼 투자 대상으로써의 집은 주객이 전도된 양상으로 발전하며 현대까지 여전히 지배적인 생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집은 언제부터 어떤 모양으로 인간과 함께한 것일까? 그런 의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 있다. 서해문집에서 발간한 “사람을 닮은 집, 세상을 담은 집”이 그것이다. 건축을 전공했지만 글로 집을 짓고 있다는 저자 서윤영은 인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된 집에 대한 역사를 살핀다. 건축 형태의 변화뿐 아니라 형태를 만들어 온 내용까지 함께 살피고 있어 건축으로써 집에 대한 종합적인 사고를 살 수 있게 만든다. 특히, 인류문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4대 문명발생지를 고찰하면서 서로 닮아 있는 부분이나 상이한 부분을 밝히고 상호 영향성의 여부까지 살핀다.

 

저자가 집이라는 특수목적 건축물에 대해 살피면서 간과하지 않는 점이 있다. 바로 인문학적으로 집의 변화를 살핀다는 것이다. 고대 사람들이 자연에 순응하거나 자연을 극복하려는 삶의 방식이 고스란히 반영된 주거형태를 살피면서 움집현태의 우주부터 현대 주거문화의 전형이 되고 있는 아파트까지 그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생활방식을 유추하며 시대마다 달리한 시대의 경향성이나 인간의 욕망까지를 이야기 한다.

 

또한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집이 가지는 다양한 성격을 살피면서 인간의 계층화에 따른 집의 변화까지 함께 살피고 있다. 그래서 어떤 집에 사느냐나 어디에 사느냐 하는 질문이 담고 있는 사회적 의미가 무엇을 뜻하는지 살핀다. 조선 후기 주거에 여성 전용 사랑채인 ‘안 사랑채’가 있었다는 점이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또 살고 싶어 하는 아파트에서 주방이 점유하는 공간적 확대, ‘타워팰리스 박씨-78평’ ‘래미안 김씨-33평’와 같은 실태를 통해 집이 가지는 사회적 가치의 반영이나 그 경향성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자자는 새로운 사회문화적 시각으로 우리 사회의 집과 우리 스스로를 바라보게 하며, 우리의 집이 품고 있는 욕망은 누구의 것인지 묻는다. 건축물인 집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며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지능이 높고 복잡한 사회생활을 한다고 알려진 영장류는 대부분 집을 짓지 않는다는 의미는 무엇을 뜻할까? 어쩌면 유독 인간 만에 욕망의 대상으로 집에 집착하는 모습에서 인간이 가지는 한계를 알 수도 있을 것이다. 복잡하고 삭막한 도시의 생활을 벗어나 한적한 시골마을에 집을 마련했다. 1970년 대 후반에 지어진 조그마한 한옥에 마당이 제법 커 사람 마음을 넉넉하고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곳이다. 마당 한 쪽에 텃밭을 만들고 화단도 크고 작은 것을 두 곳에 마련하고 여러 가지 과일 나무를 심으면서 이 집을 어떻게 변해갈지 궁금하다. 무엇이든 그 주인을 닮아간다고 하는데 걱정 반 기대 반이다. 그저 욕심 부리지 않고 마음 편안하게 머물 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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