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에게 무엇입니까
제운 지음 / 지혜의나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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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자의 길에서 만난 당신

보통의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선택하고 그 길에서 수십 년 동안 자신의 삶을 개척해 온 사람들이면서도 그 길에서 벗어난 듯 한 활동으로도 자신의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있다. 종교인의 삶을 선택하고 구도의 길을 가는 그들이 가는 쉽지 않다는 것은 굳이 그 길을 걸어봐서 아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누리는 즐거움 중 많은 부분을 억제하고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절취부심하는 삶이 결코 쉬울 리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미루어 짐작하는 것만으로도 익히 알 수 있는 것이다. 80년대 대학시절 민주화 시위가 한창이던 때 노래로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던 학생이 출가하여 스님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의아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 스님이 음반을 발간하고 중생들과의 소통을 하는 노래를 한다는 소식에 반가움이 앞섰다.

 

이처럼 종교인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시, 노래, 그림 등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수많은 불교 출가자들 가운데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미 ‘나를 찾아 떠나는 선시 여행’(지혜의나무), ‘천개의 강에 비친 달’(더불어책) 등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제운 스님도 있다. 그림 그리고 시 쓰는 스님이 이번에는 ‘당신은 나에세 무엇입니까’(지혜의나무)라는 시집을 발간했다.

 

수십 년 동안 깨달음의 길을 걷고 있는 구도자에게 구도의 길을 가는데 무엇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까?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방식의 삶을 선택한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인데 그렇게 선택한 길에서 또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쉽다면 어쩜 선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러한 문학이나 예술 활동이 그 구도의 길과 그리 차이가 없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이미 아는 사람인 그 스님이 노래로 대중제도의 길과 자신의 구도의 길이 하나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제운 스님 역시 그림 그리고 시를 쓰는 것이 구도의 길이 될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스님의 시집 ‘당신은 나에게 무엇입니까’에서 중심이 되는 ‘당신’은 누구를 지칭하고 있는 것일까? 가장 먼저 출가자 신분이기에 그 길에서 만나는 먼저 깨달은 사람인 부처를 떠올려 본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닌지도 모를 일이다. 그것은 시와 그림이 자신을 갈고 닦는 도구이면서 대중과 소통하는 매개가 되기도 하기에 여기서 ‘당신’은 중생인 우리 모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은 스님의 시 속 주제가 중생들의 삶에 비추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점이서 그렇다.

 

‘산에 오면 산 생각을 하고/들에 가면 들 생각을 하면 좋으련만/집 밖에서 집 생각을 하고/집 안에서 밖 생각을 하니/인간은 늘 그렇게 늘 그러하여/몸 정신 온전히 쳇바퀴 돌 듯’(한 생각 중에서)

 

우리들의 삶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보인다. 이런 것이 출가자의 다른 시각으로도 그대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어쩜 출가자를 인간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일이 아닌가 한다. 갈등을 일으키는 제반 요소를 소멸하고 마음의 고요함을 유지할 수 없어 고통 받고 혼란스러워하는 삶이 우리들의 삶과 그렇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출가자인 스님에게 우선은 먼저 깨달은 절대자에 대한 마음이 당신에게 담겨 있을 것이기에 지금까지 흔들리면서도 쉬지 않고 걸어온 길을 다시금 걸아갈 수 있는 힘도 그 당신에게 있다는 점을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당신은 나에게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스님의 간절함이 ‘언어를 떠난 형태의 분별마저 끊어진 자리’가 시와 그림으로 표현되어 이를 매개로 자신과 대중의 바른 길로 인도하는 안내판이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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