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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처럼 생각하라 - 지구와 공존하는 방법
아르네 네스.존 시드 외 지음, 이한중 옮김, 데일런 퓨 삽화 / 소동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지구와 공존하는 방법 - 인간의 욕심을 내려놓기
계절이 세 번 바뀌는 동안 같은 길을 반복해서 걸었던 경험이 있다. 산기슭으로 난 그 길에서 사진 속에서만 보았던 예쁜 야생화도 보고 새로운 잎이 나서 짙은 녹음으로 우거지고 다시 낙엽이 되는 과정을 본 것이다.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매번 길을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같은 곳이지만 매번 달리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시간이 변하면서 숲이 변해가는 것이 일차적인 이유가 될 것이지만 또 하나의 이유는 차츰차츰 그 길에 익숙해지면서 지난번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된다는 점이다. 어디쯤 가면 무엇이 있고 지금쯤 어떤 모습으로 변해고 있을까 하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길이 되었던 것이다. 수년전에 숲해설가 교육을 받으며 내가 사는 도시의 근교에 있는 산이며 들판, 바닷가에 이르기까지 두루 살핀 적이 있다. 그때도 느끼지 못했던 자연과 동화되는 속에서 얻는 소소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된 시간이었다.
지난여름 이사를 하고 정착하기 시작한 시골 마을 가까운 곳에 저수지가 있다. 그 저수지 위로 제법 깊은 계곡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이라 새들의 보금자리 역할도 한다. 눈앞에 펼쳐진 야산의 나무와 숲이 주는 청량감, 밤하늘에 걸린 달과 별을 보는 맛, 계절이 바뀌는 것을 실감하는 일상생활 등 이사하기 잘했다는 생각이다. 내게 이러한 행복과 즐거움을 준 것은 무엇일까? 그 일차적 요인은 자연이다. 하지만, 그 자연은 나와 떨어져 내가 바라봐야 하는 대상으로써의 자연이 아니다. 마음속에서 자연을 투자의 가치나 물신성을 앞세우고 대할 때와는 분명하게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이런 개인적인 경험을 넘어 장녀과 인간이 공존하며 위기에 처한 자연과 인류의 운명에 대한 구체적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천하는 단체가 있다.
지구와 공존하는 방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산처럼 생각하라’는 책의 핵심적인 내용을 이끌어가고 있는 단체로 ‘만물협의회’가 그 단체이다. ‘만물협의회’는 심층생태학의 창시자인 아르네 네스를 비롯한 존 시드, 조애나 메이시, 팻 플레밍 등이 단체를 구성하여 지구와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이를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있다. 활동의 중심적인 내용은 열대우림 보호운동, 평화와 여성운동, 환경운동 등이며 이러한 운동은 곧 생명운동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생명운동은 자연과 그 자연을 구성하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같이 생명의 소중함으로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운동이라 생각된다.
만물협의회가 지향하는 운동의 내용을 따라가기 위해 이 책은 그 기본적인 텍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는 생태적 생존법으로 안내하는 제1부 ‘산처럼 생각하기’와 제2부 ‘땅이 우는 소리 듣기’ 그리고 만물협의회의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는 제3부 ‘만물협의회:공존의 방법’을 구성되어 있다.
1, 2부의 중심 내용이 사람들의 자연에 대한 기본적 시각을 바꾸는 내용과 더불어 자연과 인간, 그리고 다른 생명체와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올바른지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의 규정을 핵심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시애틀 추장의 연설’이 아닌가 한다. 생명운동과 관련된 권위 있는 글들을 한 곳에 모아두고 관련된 운동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독자들에게 위기에 직면한 지구의 운명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로 가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부록 - ‘워크숍 사례 두 가지’는 환경운동이나 생명존중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참고할만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맞은 봄이다. 봄 햇살이 따스함을 전하는 어느 날 지난 해 걸었던 그 길에 서서 평화로움을 전해주는 이웃들과 인사 나눌 수 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