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광대 - 김명곤 자전
김명곤 지음 / 유리창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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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의 운명을 살아가는 사람

20여 년 전 서편제라는 영화를 보고 나오는 영화관 한쪽의 웅성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그를 보았다. 연예인이나 배우에 대해 특별관 관심을 가진 적이 없는 사람이 감명 깊게 본 영화 속 그 배우를 바로 눈앞에서 만난다는 생소한 체험을 한 것이다. 영화 CD를 구입하고 감독과 배우들에게 다가가 사인을 받으면서도 어색함은 여전했다. 그 후 다양한 문화 활동 공간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그 배우를 만나게 된다. 조금씩 우리 것, 우리문화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에 참 멋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던 사람이 바로 김명곤이다.

 

특별한 인연으로 만나 깊은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없는데도 관심이 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그가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공감하는 무엇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를 다시 그가 직접 쓴 글을 통해 만난다.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스스로 쓴 기록이기에 속내를 담았을 것이라는 흥미로움이 있다. 스크린이나 무대 또는 텔레비전 뉴스에서 접하는 것으로는 피상적인 모습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스스로 기록한 글을 통해 그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지금까지 알고 있는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의 반전이 될 수도 있고 보다 깊은 이해를 통해 이미지를 강화할 수도 있다고 생각 된다.

 

김명곤은 독일어 교사, 뿌리깊은 나무 기자, 소리꾼, 희곡 작가, 연극연출가, 연극배우, 시나리오 작가, 영화배우, 국립극장장, 문화부장관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이러한 활동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남다른 무엇이 있었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무엇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을지 따라가 본다. 이 책 ‘꿈꾸는 광대’는 자신의 삶을 테마별로 나눠 이야기하고 있다. 순서는 태어나서 지금까지의 시간적 배열이 아니다. 그를 가장 잘 기억할 수 있는 부분으로부터 시작하여 이린 시절과 성장기 그리고 연극과 판소리 그리고 생활인으로 삶을 꾸려가는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풀어가고 있다.

 

서편제를 시작으로 임권택 감독, 이청준 작가와의 만남이나 영화배우로 이장호 감독 그리고 이윤기, 노무현 대통령, 김제동, 김대중 등 자신과 관련된 굵직한 일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펼치며 스스로를 드러내고 있다. 자신을 성장시켜온 배경을 바탕으로 속칭 성공한 사람으로 비칠 수 있었던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는 기회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남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못다 한 아쉬움이 배어나 숙연해 지기도 한다. 어린시절이후의 청소년기를 보내는 성장과정의 이야기에서는 문학가, 연극과의 만남, 판소리를 통해 박초월 명창과의 인연, 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 독일어 교사 시절과 뿌리깊은 나무의 기자시절 이후 극단과 예술현장에서 겪었던 다양한 경험들 그리고 국립극장장과 문화부장관 재임과 같은 공직생활에서 얻은 삶의 귀중한 경험을 담고 있다.

 

‘김명곤의 삶을 만나면, 우리가 산 삶은 지우개로 북북 지우고 싶어진다. 그가 살아온 험하고도 아름다운 삶을 들으면 문득 그를 닮고 싶어진다.’

 

특별한 인연으로 만났던 이윤기(소설가, 번역가)가 김명곤을 평가한 말이다. 한 결 같이 광대의 길을 걸었던 그는 광대의 삶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역사 속에서 부당한 사회시스템에 저항하는 ‘공길’ 같은 광대의 삶에서 살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은 것이다. 또한 그는 꿈꾸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다. 김명곤 그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지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지난 삶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꾸는 꿈속에 혼자만의 삶은 아닐 것이라는 점은 확실할 것이기에 소리 없는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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