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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에 미친 청춘 - 한국의 색을 찾아서
김유나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나의 삶을 어떤 색으로 채워갈 것인가
내게 삼원색은 친근하다. 색과 색의 조합으로 새로운 색을 만들어 글자와 바탕을 채워가는 일은 자연스럽게 색이 주는 느낌을 일상으로 전환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색을 만들고 상용하다보니 색에 대한 선호도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시로 변하는 색의 주목도를 따라가다 보면 못내 아쉬움이 남는 경우가 발생한다. 고객이 원하는 색과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의 색이 다른 경우가 그것이다. 이럴 때는 많은 사람들이 무난하게 생각하는 색으로 선택하지만 색이 담고 있는 고유한 이미지와 멀어 진다는 생각에 이르면 이런 차이를 좁힐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에서 만난 색이 오방색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나라 전통 색상으로 오방색은 황색, 청색, 백색, 적색, 흑색을 말한다. 이는 동서남북과 중앙의 방위를 나타내는 것에 색을 대입하고 각각의 색이 가지는 의미를 더하여 일상생활에 활용하여왔다. 왕이 입는 옷에서 사는 궁궐의 장식이나 일반 사람들의 삶의 깊숙한 곳에 이르기까지 밀접하게 관련되어진 것이며 그렇기에 우리의 삶과 떨어져 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 사람들은 이러한 색이 주는 느낌과 멀어진 생활을 하게 되면서부터 색과 사람들의 삶은 점차 멀어지게 된 것이다. 하여, 나와는 무관한 것으로 생각하고 색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색과 멀어지면서 현대인의 생활은 점차 메말라 간 것이 아닐까?
이 책 ‘색에 미친 청춘’은 20대의 젊은이가 우리나라 전통색인 오방색과 이를 구현하는 천연염색에 관심을 가지고 전국에서 천연염색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배우고 느낀 것을 담고 있다. 자신만의 색을 찾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보면 어쩌면 구도자가 깨달음의 길에서 스스로를 찾는 것과 흡사한 느낌을 전해주기까지 한다. 부모님을 따라 이민을 가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하다 만난 색, 그 색이 천연 염색이었고 그 색을 찾아 다시 한국으로 와서 자신만의 색을 찾아 나선 것이다.
오방색과 오간색은 모두 자연에서 얻어진 색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사람들의 삶에서 얻는 귀중한 체험이 이러한 색을 만들어 온 것으로 보인다. 감, 치자, 쪽, 황토, 잿물, 홍화 등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하는 것들로부터 무한의 색을 만들어 내서 삼베나 명주 등 옷감에 염색을 하고 그 옷감으로 의복을 만들어 입었다. 옷감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각종 소품들도 이렇게 만들어 사용한 것이다. 사라진 듯 보였던 이러한 전통이 다시 주목받는 것은 그렇게 오래된 것은 아니다. 기능을 가진 장인들 사이에 간신히 이어져 오던 것이 사회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다시금 주목받고 젊은 청춘들이 그 일에 의미와 가치를 찾으면서 점차 생활공간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은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저자처럼 색에 대한 탐구를 넘어 인생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전통색인 오방색과 오간색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전국에서 그 일을 직접하고 있는 사람들의 경험을 함께 나누고 있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그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긴다는 점이다. 전통과 현대를 이어주는 작업인 동시에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 경제적인 가치만을 따지지도 않지만 이제는 자리를 잡아 이 둘을 동시에 해결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이들과의 만남에서 자신이 찾아 나선 자신만의 색을 발견하는 과정으로 삼고 있다. 그렇기에 천연염색의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그들이 천연염색을 해오던 과정에서 발견한 삶의 가치와 지혜를 배운다.
뉴욕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한 젊은 청춘이기에 책을 구성하는 사진도 전통 오방색을 이야기하는 느낌과는 조금 다른 이미지를 담고 있다. 하늘을 따라 높아만 가는 도시의 건축물의 사진을 그래서 다소 어색함을 전해준다. 하지만, 이러한 점은 전통과 현대의 어우러짐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면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다. 자신만의 색은 구체적인 색깔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이 전해주는 이미지 곧 자신과 타인의 삶을 구별해 주는 자신만의 색깔을 찾는 것이기에 스스로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동반하게 만들 것이다.
오방색이 자연에서 오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간을 더하는 것이기에 삶 또한 그것을 닮아가는 것이 순리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