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책이다 - 시간과 연민, 사랑에 대하여 이동진과 함께 읽는 책들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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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질문

밤을 기다리는 마음에는 밤이 주는 마음의 안정감과 더불어 외부로부터 일정정도 단절되며 얻게 되는 집중력이 아닌가 싶다. 창밖으로 달빛이 스며드는 밤 차 한잔 마련하고 책 한권 손에 들고 있다면 소소한 행복을 느끼기에 충분한 조건이 아닐까? 이러한 운치와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이 주변에 제법 많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라는 것과 사회적으로는 희망을 찾는 이들이 많아 미래가 그리 암담하지는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의 다름 아닐 것이다.


밤이 주는 그 어떤 느낌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가장 잘 어울리는 것으로 무엇이 있을까? ‘밤은 책이다’의 저자가 공감하는 바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책에 관한한 쇼핑중독자라고 고백하는 저자는 허영투성이며 고집불통이라는 점을 책을 사랑하는 저자의 방식이라고도 한다. 그런 저자의 책을 사랑하는 방식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나를 포함하여 제법 많을 듯하다. 저자는 한 발 더 나아가 밤은 거대한 한 권의 책이라고도 한다. 그가 어둠 한가운데 놓여 있는 밤중에 그와 함께했던 책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놓은 것이 이 책이다.


영화평론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의 또 다른 특기는 책읽기인가 보다. ‘밤은 책이다’에 담아 놓은 책은 무려 일흔일곱 권에 이르고 있다. 소설, 시, 인문, 과학, 예술 분야를 포괄하는 다양한 범주의 책들이다. 저자는 이러한 책을 통해 ‘시간과 연민, 사랑에 대하여’이야기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이 수많은 독서에세이와 다른 점은 욕심내지 않고 저자의 감정을 차분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 아닌가 한다. 또 다른 점으로는 대상이 되는 책의 본문을 상당한 부분 옮겨 독자들과 함께 읽어간다는 점이다. 특정한 이야기를 저자와 독자가 함께 공유하고 그 속에서 저자가 펼쳐내는 이야기로 집중하게 만들어 가는 방식이 독특하게 다가온다. 이러한 점은 저자의 감정과 독자의 감정이 만나 공감을 불러오기도 하고 때론 다른 느낌을 전해주기도 하는 것이다.


‘모든 물음이 답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지요. 어쩌면 질문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고통에 직면한 인간이 내뱉은 작은 신음소리 같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제5도살장(커트 보네거트 지음)을 읽는 저자의 시각은 ‘질문’이 주는 의외의 작용과 효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살면서 겪게 되는 많은 문제는 질문을 잘못 던질 때 생긴다고 전재하면서 이유가 없는 일에 ‘왜’를 묻거나, ‘왜’를 물어야 할 일에 ‘어떻게’를 질문할 때 문제는 꼬이고 커져만 간다고 한다. 질문의 방향이 잘못되어 고통이 커지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는 점을 도출해 내고 있다. 이처럼 저자는 책에서 얻는 느낌을 자신과 사회를 깊이 들여다보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책을 왜 읽는가? 매번 듣게 되는 질문 중 하나이지만 때론 질문하는 사람도 질문을 받는 사람도 굳이 답을 요구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도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으로 삼아 본다면 책과 더불어 함께하는 시간이 위안이 될 때가 많다는 점이다. 구어체로 서술된 이 책은 상대방과 마주앉아 이야기하듯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어 저자의 감정을 전달하기에 유리한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책이 담고 있는 주제를 독자들에게 강요하듯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강점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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