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들의 스캔들 - 내 심장은 그댈 향해 뛰고 있소
홍지화 지음 / 작가와비평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무엇을 사랑이라 이름 할 것인가?

세상구경 중에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것이 불구경과 싸움이라고 한다. 그런 세상구경에 하나를 더한다면 남들의 사랑이야기가 아닐까? 사람들의 최고의 관심사는 어쩜 사랑일지도 모른다. 사랑을 이야기할 때 흔히 말하는 아가페 보다는 에로스가 더욱 관심을 끄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다른 사람들의 사랑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 속내는 자신의 사랑에 대한 확신을 다른 사람들의 경험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사랑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뿐이지만 말이다.

 

사람들의 이러한 관심사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책이 선 보였다. 그것도 일반사람들이 아닌 유명한 거장들의 사랑이야기를 담았기에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는 이미 충족되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이름하여 ‘거장들의 스캔들’이 바로 그 책이다. 이미 인류의 연애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남자와 여자를 포함하여 여덟 명의 대 문호들을 거론하고 있다. 그 주인공으로는 빅토르 위고,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 에드거 앨런 포,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그리고 그 유명한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가 그들이다.

 

이들 거장들의 사랑 이야기에서 저자 주목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렇고 그런 스캔들의 주인공들이 문학사의 큰 획을 그었던 대 문호들이어서가 아니라 특별히 주목하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겉으로 드러나는 점은 거장들의 ‘연애’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 벌어지는 ‘애정의 행위’를 주요하게 살피고는 있지만 그 안에서 남자와 여자 사이에 벌어지는 ‘사랑의 본질’에 대한 추구가 아닐까 싶다. 무엇을 사랑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 그것이다.

 

거장들의 스캔들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보인다. 흔히 짝사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베아트리체를 향한 단테의 마음이 그것 아닐까? 살아생전 겨우 두 세 번 본 것이 다이지만 평생토록 가슴에 담고 자신의 작품의 주제가 될 만큼 간절했던 사랑도 있다. 수많은 남자들의 삶을 파괴하기도 했지만 마흔이 넘어서야 첫 임신했던 살로메의 남성편력도 있고, 평생 동안 사랑을 찾아 다녔던 사랑중독증환자라 불러도 좋을 괴테, 도스토예프스키의 가난한 사랑도 있다. 무엇보다 사랑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만드는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이야기에서는 현대사회에서도 수용하기 힘든 사랑의 모습이 보인다.

 

건강한 남자와 여자의 사랑에서 육체와 정신이 분리될 수 있을까? 이 말은 남자와 여자 사이 우정을 이야기 할 때 주로 들먹이는 말이다. 인류가 보여준 지극히 정상적인 사랑의 모습에서는 이 둘의 적절한 조화가 따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경우에는 지속적인 사랑을 꾸려나가기 어려운 점 또한 확인 시켜주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서로 진심어린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의 꽃이 열매를 맺을 때, 그것이 비로소 진정한 사랑이다.”라고 보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열매는 무엇을 의미할까?

 

거장들의 스캔들에서 보여 지는 사랑에서 그 답을 찾자면 ‘영혼의 자유’가 아닐까? 하지만 이 말은 지극히 관념적이다. 사랑이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이기에 실제 생활에서 다양하게 겪게 되는 감정상의 문제를 다 해결해 줄 수 없다. 수수깨끼 같은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사랑에서도 그것이 정답이라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 수만큼 사랑의 모습은 실재한다. 그 모든 사랑이 다 같을 수도 없고 같아서도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에 대한 일반적 정의는 의미가 없는 것일까?

 

인간의 감정은 인간이 가지는 본래적 속성에 기인하는 것도 있지만 사회 문화적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는 감정도 있다. 거장들이 숱하게 애정행각을 벌이는 대상이 유부남 유부녀인 것이 문화권에 따라서는 금기되고, 남자와 여자의 사회적 지위가 변하면서 서로를 바라보는 감정의 표현도 달라진다. 그렇기에 사랑에 앞서 보다 접근해야 할 문제가 있다. 그것은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인식의 문제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바라볼 때 각각의 존재를 나와 같은 동등한 사람으로 인정하는 것, 어쩜 이것이 저자가 말한 ‘영혼의 자유’를 추구하는 것과 맥을 같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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