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김현 지음, 산제이 릴라 반살리 외 각본 / 북스퀘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생명의 존엄을 넘어선 그 무엇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을까? 살아가다보면 무엇인가 하고 싶고 갖고 싶은 것이 있다. 하지만 그런 소망은 때론 그때뿐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잊거나 묻히고 만다. 하지만, 간절히 원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이루려고 하는 것이 또한 사람들의 마음일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이루고 싶은 무엇을 가진다는 것은 꿈을 가진다는 말 일 테니까? 꿈이 사람의 삶을 얼마나 열정적으로 바꾸는지 그 꿈을 향해 질주해 본 사람은 누구나 안다. 그렇기에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삶이 무기력하고 허무한지도 충분히 알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소망하는 그것과는 다른 꿈을 가진 것이라면 어떨까? 꿈은 희망, 설레임, 미래 등과 결부되어 또 다른 삶을 충족시키는 일이다. 이런 것과 정반대의 꿈을 가진다면 어떨지 짐작도 못하는 일이 있다. 보통의 그것도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결코 꾸지 않을 꿈이기에 더 간절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 소설 ‘청원’은 바로 자신의 목숨을 마칠 권리를 달라는 것이다. 그것도 간절하여 국가에 청원할 정도로 말이다. 타고난 생명을 스스로 결정에 의해 마무리하고자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

 

우선 ‘청원’이란 국어사전의 개념으로는 ‘국민이 국가기관에 대하여 일정한 사항을 문서로써 진정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은 국가기관에 대하여 일정한 희망이나 의사를 문서로써 제출함으로써 권리의 구제·위법의 시정 또는 복리증진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비추어볼 때 사회적 규범이나 법률로 허락되지 않은 무엇인가에 대한 용인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 청원의 대상이 되는 것이 사람의 생명이다.

 

몇 년 전 ‘안락사’라는 말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다. 식물인간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그 사람의 생명을 의도적으로 끝내게 한다는 것이다. 한 환자에게 그 안락사가 실제로 허락되어 행해졌다. 이를 둘러싸고 찬, 반 양론의 말들이 많았던 것이 생각난다. 이 소설 ‘청원’이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안락사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잘나가던 마술사, 그것도 최고의 마술사에게 허락된 멀린이라는 호칭을 받은 마술사가 사고로 인해 목 아래 부분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온갖 의학적 시술을 통해 치료를 했지만 현실적으로 회복 불가능이라는 확정판단을 받았다. 그렇게 움직이지 못하는 삶을 타인의 도움으로 연명한 시간이 14년이다. 그사이 자신의 마음을 담은 수기를 출간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하고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늘 그의 마음 속에는 이제 그만 이 삶을 마칠 수 있길 희망하는 것이다. 그것을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국가에 ‘청원’을 냈다. 바로 스스로 목숨을 마칠 수 있도록 국가에서 허락해 달라는 것이다. 이를 둘러싸고 찬, 반의 여론이 팽배하지만 법원은 그의 청원을 기각한다. 다량한 노력을 하지만 상소심에서도 기각 당한다. 이제 마지막 결정을 스스로 내리게 되는데 그를 보내냐 하는 친구와 지인들은 어떤 마음일까?

 

‘췅원’은 이렇게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다. 절박한 심정에서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청원에는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숭고한 사랑의 마음이 늘 함께 한다. 그의 친구들뿐 아니라 12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그의 곁을 지켰던 사람과의 마음으로 나누는 사랑이 절절하게 묻어있다. 그래서 더욱더 절절함이 느껴진다.

 

영화 ‘청원’을 소설로 새롭게 바꿔 출간한 것이라는 점은 어쩌면 영화에서 얻은 느낌을 눈으로가 아닌 상상 속에서 재현하는 것이기에 절박함에 대한 깊이를 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국가에서 안락사를 인정하는 나라가 얼마나 되는지 모를 일이지만 이 문제는 법률로 정해진 것이 있는지 없는지를 넘어서는 인간의 삶과 죽음의 선택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아내고 있어 자신의 삶을 성찰하게 만드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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