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동양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1
정약용 지음, 노태준 옮김 / 홍신문화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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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은 목민(牧民)을 알까?
서울특별시장이 사퇴했다. 예부터 서울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시이자 국가행정의 축소판으로 그 의미를 부여하며 한 나라를 대표하는 중요한 도시다. 조선시대 한양이 그러했다. 하여, 한성부 판윤은 정2품의 관직으로 중앙요직과 더불어 그 위상이 대단히 높았다. 현장 목민관으로 대표되는 자리이기에 그만큼 그의 행보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늘날도 그 지위는 여전하여 여야를 막론하고 기필코 차지하고 싶어 하는 자리다. 하지만, 2011년 서울시장은 불명예스럽게 자신 사퇴한 것이다. 이 사퇴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지만 박수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그를 사퇴하게 만들었을까? 한 지방의 행정책임자로써 자신의 한계를 느꼈기에 그랬다고 본다면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을까? 지방행정의 책임자에 대한 조선후기 한 학자의 저서 ‘목민심서’는 우리시대 다시금 지방행정 책임자의 책임과 의무에 대해 경계하는 바를 살펴봐야할 의무감 같은 것이 생기게 된다. 

‘목민심서’는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이 신유사옥으로 유배를 가 20여년 가까이 살았던 전남 강진에서 해배되기 바로 전에 집필한 저작이다. 방대한 정약용의 저작들 중에서도 주목받는 저작으로 꼽히는 목민심서는 지방행정책임자인 목민관이 지켜야 할 지침을 밝히면서 조선후기 관리들이 자행하고 있었던 각종 불법과 파행적인 모습을 심도 있게 비판하며 철저히 백성을 중심에 두고 사고하고 올바른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지침서라 할 수 있다. 

목민심서는 12편 72조로 구성되어 있다. 목민관으로 임명되고부터 부임하고 업무를 펼치며 이임할 때까지 각각에 해당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포함되는 것으로 12편은 부임, 율기, 봉공, 애민에 이어 육전에 해당하는 이, 호, 예, 병, 형, 공 그리고 진황과 해관이다. 이 12편을 다시 6조로 세분화하여 총 72편이 된 것이다. 정약용은 자서에서 집필 동기를 밝히며 목민에만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덕을 쌓기 위한 것이며 유배자인 자신의 처지를 반영해 목민할 마음을 담아 심서라 했다고 한다.  

아무리 뛰어난 정책이라도 시대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정약용이 살았던 조선 후기는 급작스런 정조왕의 죽음으로 인해 개혁이 좌절된 시기라고도 한다. 하여 이후 조선은 겉잡을 수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운 정치상황을 맞았으며 정조왕의 개혁적인 정책은 수포로 돌아갔다. 정약용의 목민심서는 바로 이러한 시대를 반영한 것으로 당시 무엇이 올바른지 넘어야할 산은 또 어떤 것이 있는지를 지방 목민관의 현실을 통해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그렇기에 위로는 조선의 법전이었던 경국대전이나 속대전 등의 법률로의 집행에서부터 아래로는 각 지방에서 관행적으로 행해졌던 관례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밝히고 있다.  

그 밝힘의 정도가 목민관이 지방행정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며 아주 풍부한 실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바로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지침서의 성격이다. 특히, 조선 후기 부패의 극에 달한 지방의 정치의 실제와 민생 문제 및 수령의 본 업무와 결부시켜 소상히 밝히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이 모든 정책의 중심에 백성이 있었다는 점이다. 목민심서가 저술된 시점과 현대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많기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를 올바로 보고 이를 개혁하고자 했던 마음만은 올바로 이어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약용의 목민심서는 한문으로 작성되어 있다. 이를 현대어로 번역하고 72조 각 항목에 역해자의 해설이 실려 있어 원문을 접하기 어려운 현대인에게 아주 유용하게 읽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문을 해석하며 주요한 단어들은 따로 설명해 둔 점이 원문을 읽어가며 한자에 대한 이해가 약한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있을 때는 혁혁한 명예가 없고 떠나간 뒤에 생각하게 되는 것은 오직 공을 자랑하지 않고 남몰래 착한 일을 한 자일 것이다.”(목민심서 12 해관 6조 유애의 일부) 

2011년 하반기를 포함하여 계속되는 선거는 바로 행정책임자들을 뽑는 절차다. 마지막 여름의 더위를 더하게 만들고 있는 서울시장 선거 물마 예상자들의 행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들에게 자진사퇴를 결정한 전임 서울시장의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 행정책임자로써 의무와 역할보다는 그 자리가 주는 위상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조선 후기 유배자의 신분으로 목민심서를 저술한 정약용의 마음은 찾아 볼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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