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후 다시 다리를 건너다 2
손광섭 지음 / 진양문화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사람과 세상을 이어주는 다리
섬을 찾아가는 사람에게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일까? 바다 한 가운데 있는 섬이 아닐지라도 육지에서 바로 건너다보이는 섬일지라도 그 섬에 들어가기 위해선 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점이 가장 신경 쓰이고 어려운 점이 아닌가 한다. 마지막 배가 떠날 시간 맞춰 간다고 애써서 갔지만 막상 배는 떠나고 없었다. 추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고기 잡는 어선에 올라 섬으로 들어가던 생각을 하면 고생스러웠던 생각이 먼저 난다. 이제 그 곳은 언제 어느 때고 찾아갈 수 있는 다리가 놓였다. 섬이 이제 섬이 아닌 곳이 된 것이다.

어느 시절이고 다리는 이렇게 세상과 세상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지만 그것은 겉으로 보이는 단순한 평가이고 본질은 그 다리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상간의 소통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기능은 다리뿐 아니다. 산을 넘어 다른 마을을 찾아가던 고갯길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현대화된 다리나 확장된 포장길에 그 역할을 내어주고 사라졌거나 기능을 잃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마저 잊혀 지고 있다.

이 책 ‘천년 후, 다시 다리를 건너다 2’는 바로 그런 다리를 찾아다니며 사라져가는 사람들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는 책이다. 몇 년 전 같은 이름으로 출간된 책에 이어 그 나머지 이야기를 담아 발간한 것이다. 저자 손광섭은 1943년 충북 청주 출생으로 청주대학교를 졸업하고 충남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수료했다. 건설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했으며, 청주건설박물관장을 지냈다. 저자는 사라져가는 다리에 관심을 가지고 전국을 돌며 직접 발품 팔아가며 눈으로 직접보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예나 지금이나 다리는 소통의 중요한 매개로 작용하였다. 멀고 험한 길을 돌아서 가야하지만 다리로 인해 편리하게 가고자 하는 곳을 갈 수 있었기에 세상을 향한 사람들의 마음이 담겼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리는 당시의 과학기술의 모든 것의 총화로 만들어진 화려하고 멋진 다리도 있지만, 아주 소박하게 그저 돌 하나하나를 이어놓은 다리도 있다. 저자는 바로 이러한 점을 주목하여 당대의 미학과 과학이 어우러진 돌다리에 대해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다리로 왕의 묘인 릉 앞에 있는 ’금천교’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있는 것이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은 세월과 같아서 흘러가면 되돌아올 줄 모르고, 다리 위를 걷는 나그네는 흐르는 물길에서 인생을 찾는다. 다리와의 이별이 또 다른 다리와의 만남으로 이어지듯 다리는 영겁의 세월을 지나 다시 천년 후, 또 다른 나를 건너게 하리라’

경기도를 시작으로 제주도까지 우리나라 각 지방에 분포되어 있는 다리의 사진을 보다보면 눈에 익숙한 다리도 있어 반가움이 더한다. 내가 사는 지방이지만 알지 못했던 것을 책을 통해 볼 수 있을 때의 반가움 그것이다. 저자가 다리를 통해 보고자 한 것은 눈에 보이는 조형미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과 시간을 함께해 온 것들은 무엇 하나 그냥 만들어진 것이 없기에 그 속에 담긴 삶의 지혜를 살피 수 있는 것이다. 저자의 관심은 바로 거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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