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가 말하는 건축가 - 17명의 건축가들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흥미진진 건축가의 세계 부키 전문직 리포트 14
이상림 외 지음 / 부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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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보여 지는 공간을 행복으로 채워가는 사람들
한창 특정한 건물들이 늘어나던 시기가 있었다. 국적불명으로 주변 건물과도 어울리지 않고 그 만의 독특함도 없이 생경함마저 느끼게 하는 그런 건물들을 보면서 그 건물을 세우는 건축주나 설계한 사람들에게 화가 났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며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의 논리를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중 하나였다. 건축물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본다. 그때 그런 불쾌감을 주었던 건물은 이제 하나둘 사라지고 새롭게 들어서는 건물들은 획일적인 틀이나 어색함을 넘어선 신선한 느낌을 전해주는 것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분명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진 것의 반증일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어떤 특정 관계 속에 속하기 마련이며 이러한 관계는 ‘공간’이라고 하는 범위 안에서 소통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 소통이 이뤄지는 공간은 대부분 건축물의 범위 안에 들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건축물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지극히 큰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건축공간에 대해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에 맞는 인간과 건축물에 대한 배려를 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러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마도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아파트가 아닌가 싶다. 성냥갑으로 표현되는 공간은 인간들의 삶 속에서도 영향을 미처 사람마저 그렇게 만들어 온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 ‘건축가가 말하는 건축가’는 그렇게 인간들 일상의 중요한 구성 요소인 ‘공간’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인 건축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진로선택을 앞두고 고민하고 있는 청소년들이나 많은 구직자들에게 한국 건축가들의 삶과 고민과 도전을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발간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 소개되는 건축가들의 세계는 건축가들이 건축물에 관여하는 내용에 따른 구분을 하고 있다. 공공 건축, 주택 건축, 상업 공간 건축, 병원 건축, 한 옥 건축 등에서 자신들이 경험한 건축과 관련 다양한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류는 건축가들의 실제 건축과정에서 그들의 고유영역을 어떻게 실현해 가고 있는지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건축이 이런 것이다.’ 라는 학문적이고 사전적 의미보다는 현장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통해 건축가들에 대한 실제적인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장점이 아닌가도 싶다. 여기에 등장하는 건축가는 17명으로 나이나 경력, 성별을 떠나 자기만의 건축 철학을 보여주고 있거나 이제 건축 세계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건축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이 건축이라는 ‘보여 지는 건물’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얻은 자기성찰, 건축이 사람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고 또 건물이 사람들에게 무엇을 위한 공간이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건축가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조화롭게 일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며 건축 허가 관련 관청 업무를 비롯해 다양한 일을 해야 한다.’ 이 말은 건축가가 담당하는 역할에 대한 규정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에 앞서 땅 위에 보여 지는 공간을 만들아 내는 사람으로 그 보여 지는 공간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여야 하는지 먼저 생각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정기용 건축가는 우리에게 답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편집자의 의견으로 제시된 건축과 건축가의 세계와 문답형식으로 구성된 16가지 관련 궁금증 그리고 전국 건축대학 일람표는 이 책의 발간 목적에 부합하는 건축가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함께 보여주고 있다. 건축가를 직업으로 선택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가 사는 도시 중심부에 한창 터파기 공사가 진행 중인 건축현장이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이 그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있었지만 아직 그 결말이 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중장비들은 계속 움직이고 있다. 독특한 설계로 이목을 집중했고 그만큼 기대도 크지만 지상 건축물의 철거 논쟁에 휘말려 시끄럽기만 했다. 건물이 들어설 공간에 대한 지역사람들의 정서와 이후 그 공간 활용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진통은 건축물이 단순히 지상에 솟은 건물로써의 상징적인 의미뿐이 아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그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공간’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본다.

‘건축가가 말하는 건축가’를 통해 자연과 사람이 공존, 사람과 건물의 조화, 행복을 전해주는 건물에 기여하는 건축가의 세계를 만날 수 있어 좋은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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