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기병 - 하 을유세계문학전집 30
안토니오 무뇨스 몰리나 지음, 권미선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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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그림 속에 담은 미래를 향한 꿈
이 소설의 제목은 ‘폴란드 기병’이라는 렘브란트 작품으로 알려진 그림 한 장에서 따온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림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는 것이 마치 이 소설에 등장하는 온갖 사람들이 모두 폴란드 기병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장치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기병은 곧 날이 밝아 오거나, 아니면 곧 해가 질 풍경을 배경으로 말을 달리고 있었다. 그 기병은 외롭고, 침착하고, 경계심 많고, 자존심 강한 나그네였다. ~ 그림에는 보이지 않는 어딘가를 향해, 목적도 없이 말을 달리는 것 같았다. 기병의 이름은 아무도 몰랐다. 기병이 말을 몰아 달려가는 나라의 크기와 위치 역시 아무도 모르는 것처럼."(23쪽)

저자의 폴란드 기병에 대해 묘사하는 부분이다. 굴곡으로 점철된 근현대사를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 듯 미래를 내다볼 현실적 근거도 찾지 못하는 삶에 대한 몸부림이 아닐까 싶다.

‘폴란드 기병’의 중심적인 배경이 되고 있는 스페인의 현대사의 스페인 내전은 좌파 인민전선 정부와 프랑코 중심의 우파 반란군 사이에 벌어졌던 전쟁을 말한다. 소비에트 연방이 지원하는 인민전선과 독일과 이탈리아가 지원한 프랑코 우파 반란군의 싸움으로 새계2차대전의 전초전 형식이었다고 한다. 1936년에서 1939년 사이에 있었던 전쟁에서 프랑코가 공하파 정부에게 이긴 전쟁으로 이 기간 스페인은 전 지역에 걸쳐 혼란과 황폐화로 몸살을 앓게 된다. 이후 스페인은 프랑코의 독재로 이어지는 현대사를 걷게 된다.

1부에이어 2부 ‘폭풍 속의 기병’은 주인공 마누엘이 성장기의 방황 속에 살던 곳에서 벗어나 문명 속에 동시통역사로 도시를 떠도는 단절된 삶을 보여주고 있다. 이 속에서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온 개인의 역사를 역으로 따라가는 것이 있어 1부의 혼란스러움이 조금씩 가닥을 잡아간다. 또한 마치 유품 사진사에서 갈라스 소령에게 전해지게 되는 사진들의 역사의 증거로써 의미를 찾아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18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뒤 서로 다시 만나는 주인공 마누엘과 나디아는 갈라스 소령에 의해 시작된 영인본 ‘폴란드 기병’에 의해 갈라스와 마히나, 갈라스와 나디아, 나디아와 마누엘, 마누엘과 갈라스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즉, 사회와 개인의 기억에 중첩되는 것으로 작용한다. 사회라는 집단 속의 한 개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사회가 처한 현실에 그들의 삶은 구체적으로 노출되기 마련이다. 

어느 민족 못지않게 굴곡으로 점철된 우리의 근현대사를 떠올려 본다. 반목과 질시, 지역과 계층 간 혼란, 불투명한 정치 등은 암담한 미래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현실임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날마다 현실을 조여오고 있다. 이러한 것 역시 스페인이 겪었던 경험과 별 차이 없이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해결해 가야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로써 남의 이야기만은 아님을 알게 한다.

혼란스러운 사회적 소용돌이는 대를 걸쳐 내려오며 개개인들의 삶속에 뼈아픈 유전인자를 남기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온몸으로 겪어온 앞선 시대를 살아온 할아버지, 아버지 대의 시간의 흐름이 있기에 현재 자신이 존재할 수 있으며 이것은 결코 단절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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